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유족분들의 천막이 세워져 있던 때, 외국인 관광객들도 관광버스를 연무관 앞에 세우고 들머리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데, 세월호 유족분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천막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분들이 모두 안산으로 내려가시던 날, 잠시 지킬 이 없는 천막을 지키러 동네의 이웃분들과 함께 천막을 찾았습니다. 리본을 만들고 이야기 나누다가 천막 바깥에 붙어있던 현수막을 바라보았습니다. 자하문로 달리는 차들 곁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을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는 분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한 명 한 명을 영상으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얼굴을 다 담고 나니 영상의 길이만 12분 51초가 되었습니다. 희생자의 숫자만으로는 쉽게 느껴지지 않은 아픔의 무게가 더욱 있는 그대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이 영상을 보고 아픔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이 곳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소개하며 잊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꼭 밝혀내겠다는 약속 지키자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주말이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길 중 하나가 삼청동길입니다. 새로 바뀐 도로명 주소에서는 '북촌로5가길'이지만 예전 도로명주소에서는 삼청동길의 일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북적이는 삼청동길에는 20년 전만 해도 세모난 건물 1층 세탁소까지 네모난 보도블럭이 마름모 모양으로 깔린 좁은 인도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삼청동길이 겪은 20년 동안의 변화는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할 정도입니다. 20년도 되지 않은 어느 날 북촌 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초가집을 마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은 그런 풍경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늘 북적이는 삼청동길이 그나마 한가한 때는 월요일 아침이겠지요. 월요일 아침의 삼청동길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시간이 다시 또 흐르고 나면 이 영상 속 풍경이 전혀 생경해지는 때가 또 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게 변하든 적어도 쫓겨나는 슬픔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2014년 11월 27일, 노동당 서울시당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eoul.laborparty.kr/507


다들 어렵다.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경제적으로, 상황적으로.


고정된 수입이라곤 4년 동안 오백원도 없는 주제에 그래도 7년 직장생활 하며 모아둔 덕분에 아직 까먹을 돈이 남아있다고 CMS 로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비용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게 몇 있다. 그 중에 정말 미안하다고 하면서 중단한 것들도 몇 있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더 줄이거나 없앨 수 없는 것들만 남았다. 무엇 하나를 먼저 없앨 수도 없다. CMS를 더 줄이느니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돈을 버는 것이 더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체도 당도 다른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팍팍한 문제는 돈문제다. 시민단체들도 언제적 시작한 1만원 CMS가 매년 꾸준히 오르는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여전이 줄지도 늘지도 않고 딱 그 1만원을 유지하고 있는가 말이다. 아마 처음 1만원 CMS가 보편화되기 시작할 때의 물가수준을 보면 지금은 한 2~3만원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회원 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작은 규모의 단체는 살림이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활동가의 곤궁한 삶은 여기서 출발한다. 단지 개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사회의 미래를 삶을 통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싶다는 전망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직장을 다니면 아무리 박해도 200만원은 족히 받고도 남았을 젊음들이, 경력을 10년 쌓아도 몇 만원 오를까 말까 하는 전망을 안고 100만원 턱걸이 하는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당연히 노후 대비나 하다못해 병이라도 나면 들어갈 병원비 조차 예비하지 못하는 인생이 되어버리는 게 흔한 일이다.



그리고 CMS로 무언가를 후원하는 분들의 숫자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듯하다. 말로는 잘한다고 하고 좋다고 해도 매달 자신의 수입 중 1%도 후원하지 않는 이들은 또 얼마나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한국에서는 활동 따위는 하지 않고 오직 모금만 하는 단체라도 네임벨류만 있으면 후원을 받기 쉽다는 얘기까지 듣노라면, 사람들은 누구나 알아들을 만한 그럴듯한 단체에 대한 후원은 종종 시작하곤 하지만, 정말 힘들게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던 단체들은 폼 안난다고 외면받는 것 같아 영 입맛이 쓰다.


사회적인 투자로 봐도 후원 따위는 충분히 비용에 대한 값어치를 할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노후 대비를 위해 매달 꼬박꼬박 보험회사에 갖다 바치는 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가치가 자연 하락하고 말지만, 그 반의 반만큼만 사회복지 이슈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를 후원하고,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당의 후원금이나 당비로 납부를 하면, 노후대책이 효용을 발휘해야 할 즈음에는 이미 국가적인 복지제도를 통해 종신의 노후 복지를 보장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보면 노동당도 참 어려운 살림이다. 그래도 정당이라고 그렇게까지 어려울까 싶을 수도 있지만 최근 들여다보니 잘 나가는 시민단체 보다 살림살이는 훨씬 더 빠듯하다. 한 달에 들어오는 수입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1억원은 올려다보느라 목이 꺾어질 정도인데, 그나마 국고보조금도 없으니 그야말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기본적인 돈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직자들이 당을 기둥처럼 받치고 있었구나 싶다. 

따지고 보면 국회에 수십석씩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들도 오로지 당비 수입만 놓고 견주면 노동당과 별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영세한 것으로 안다. 국고보조금에 공천헌금으로 먹고 산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셈이다.


사람들은 살림살이 어려워져 눈물 머금고 CMS를 줄이고, CMS 줄어드니 단체들의 활동력도 줄어들거나 최소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의 활동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어떻게 타계해야 할지 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쭈뼛쭈뼛 나오는 얘기가 후원금액 증액인데, 1만원이라도 고맙게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회비를 올려달라는 말을 하는 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노동당도 최소 1만원 한도에서 수입의 1%를 당비로 내자는 내부 규정이 있지만, 시민단체들과 마찬가지로 CMS 출금액은 표준금액 1만원이 표준으로 인식되어 1만원 당비 비중이 가장 높다. 200만원 벌면 2만원, 300백만원 벌면 3만원 식으로 어쩌면 '성경적'인 갹출을 하자는 것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활동이 변변치 않다고 질타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십시일반으로 살림을 꾸려온 모든 조직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침몰하고 있었다고 보면 어떨까. 저마다 월급은 어쨌든 오르는데, 후원금액은 오르지 않고 있으니 이 사회에서 각 단체와 정당의 지분은 그만큼 계속 깎여 온 셈이라는 셈법을 깨닫는 것 말이다. 물론 형편이 여의치 않은 월급 사정도 있겠지만, 물가상승률 0의 CMS에 비할 바는 아닌 듯 하다.


여기저기 가리지 말고 한꺼번에 CMS 표준금액 2만원 혹은 3만원 운동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형편이 어렵다면 그대로 두는 것만도 감지덕지이지만, 그렇게 빠듯한 살림이 아니라면 매달 CMS 후원 금액은 한 달에 한 번의 치맥값 정도에 맞춰도 무리 없지는 않을까.


몇 해 지난 후에 시원한 치맥과 함께 속 시원한 뉴스를 즐길 수 있는 시작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한울 (노동당 종로중구당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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