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직장폐쇄 8개월 차에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운 조합원을 찾았더니 싸늘한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끝을 모르는 불법 직장폐쇄로 경제적 재난과 불안, 우울, 불면을 무기처럼 휘두르던 갑을오토텍 회사 측이 결국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만 것입니다.


전문가의 노조파괴 전략에 군경 출신 어용노조까지. 조직폭력배 패싸움 마저 무색하게 갈고리, 칼, 지게차 마저 등장했습니다. 어용노조 조합원은 회사를 나가고 회사 대표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경제적 타격까지 무릅쓰고 직장폐쇄를 길게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대체 생산에 있습니다. 직장을 폐쇄하고 대체 생산을 통해 회사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던 것입니다. 현대기아차이 묵인하고 14개 협력업체가 공모한 결과입니다. 사법부는 대체 생산을 모른척 했고, 노조는 가처분 소송을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의 잔인한 5월에는 박형철이라는 이름이 새겨지고 있습니다. 불법 쟁의 고소와 직장폐쇄 가처분 기각으로 그의 유능이 명백히 증명됐으니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의 능력이 충분하다고 해야 할까요. 이재헌 갑을오토텍 지회장은 청와대 1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사측에 편파적인 사법부의 판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사측 변호사가 청와대로 들어섰으니 400명의 노동자들의 마음은 더욱 위태롭습니다.


갑을오토텍 쟁의 현장은 대통령 선거 선거운동기간 동안에는 문재인 캠프에서도 다녀간 곳이라 합니다.


갑을오토텍 조합원 노동자들에게 2017년 5월은 절망의 시간입니다.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갑을오토텍 지회의 청와대 앞 1인 시위



[워커스 르포] 전례 없는 직장폐쇄 10개월, 노동자를 절벽으로 미는 갑을오토텍, 2017.5.24.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이야기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확대 공약 이행을 위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노동당 경남도당은 이에 반대하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찬성하는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논평의 내용이 경상남도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기에 전합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찬성의 근거는 두가지입니다.


1. 일자리 창출의 시급성

2. 민생 위한 공공부문 일자리의 부족 (소방공무원 포함)


추가경정예산을 어떻게 집행할지를 다퉈야 할 일입니다. 이에 대한 무작정 반대는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지지합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로 비정규직 문제, 고용불안 문제, 양극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나가길 바랍니다.



[한국경제] 문재인 "당선되면 올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 2017.5.7.



아래에 링크와 함께 전문을 소개합니다.




http://newjinbogn.org/zbxe/comment1/285462

2012년 대통령선거 개표부정의혹을 추적했다고 하는 영화 더플랜」 포스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더플랜」이라는 제목이 자주 눈에 띱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박근혜 당선)의 개표부정 의혹을 추적한 영화라고 합니다. 제작은 딴지일보의 김어준 씨가 맡았다고 합니다. 개표부정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일인시위는 거의 상설적이었습니다.


지난 2014년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 때에 처음으로 선거 투.개표 참관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개표부정 의혹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 때의 기억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다만, 영화가 어떠한 근거를 제시하고 어떠한 내용을 사실로 확인하든 무관하게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고 지속될 수 있는 현장의 문제들이 제게는 더 흥미롭습니다.




개표소에서 '투표함 등 투표관계 서류 인계서'를 작성하고 확인하는 모습 / CC 김한울



참관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바는 참관인들 대부분이 참관인의 역할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경우가 희박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개표참관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습니다. 투표참관인은 대부분 참관에 대한 수당 이야기를 나눌 뿐, 정작 투표 현장을 어떻게 참관하고 어떠한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참관을 여러번 해 보았다는 다른 참관인은 투표소에서 투표 진행 절차를 두루 살펴보는 제게 역성을 내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눈으로만 봐야 하는데 돌아다닌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투표 참관은 투표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투표자의 본인 확인과 투표용지 배부, 기표된 용지의 투입 등의 과정을 모두 이동하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투표소 참관의 효과를 어디에서 기대할 수 있을까요.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종로 개표소의 투표지분류기와 운영프로그램 화면 / CC 김한울



실제로 배부된 투표용지의 수와 남아있는 투표용지의 수가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만, 원인은 알 수 없었고 사후 예방책 역시 중요하게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눈으로만 보고 있었다면 이러한 사실 조차 알지 못한 채 수당만 받고 끝나는 단기 고액알바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 


투표소에는 선관위 직원과 참관인, 투표를 위해 입장한 유권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음에도 투표 참관을 했던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국립서울농학교 강당)에는 이름 없는 명찰을 목에 걸고 대통령 경호실 직원들이 배석하기도 했습니다. 투표소에 출입할 수 없음을 고지하고 경호는 투표소 밖에서 하라고 일러주어야 그제서야 움직이더군요.


참관인이 오히려 투표자와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 받고 아직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확인하는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기도 합니다. 유권자가 참관인과 신체접촉을 하는 일도 이유를 떠나 원칙적으로는 해서는 안되는 행위입니다. 대통령과 참관인의 악수 역시, 엄격히는 불법 행위이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온 전례에 따라 특별히 문제하지 않는 정도로 합의된 정로도 설명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서 투표 후 참관인에 악수를 청하는 유권자 / 사진=연합뉴스



개표소에는 보다 많은 참관인들이 참여합니다. 유권자가 본인확인을 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고 투표 후 나가는 투표소에 비해 개표소에서는 보는 눈이 더 많아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개표 참관은 참관인 숫자에 비례한 더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정상적인 개표 절차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은 오로지 개개인의 눈썰미나 눈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몇 차례 참관의 경험이 있는 참관인들은 중요한 목에서 체크하지만 대부분은 뭘 어떻게 확인해야 할 지 분명하지 않아 눈에 보이는 대로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몇몇 경험있는 참관인은 처음 참관하는 참관인들에게 중요한 사항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체계적으로 확인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물론 참관인이 들어가 있다는 정도만 해도 효과가 없지는 않습니다. 보는 눈이 있으면 그 앞에서 뻔뻔하게 부정을 저지르지는 못할테니까요.



개표소에 도착한 투표함. 옆면 봉인에는 여러명의 간인을 찍어 봉인을 확인하고 있지만 투표구 봉인에는 한 명의 사인만 있어 봉인 절차의 일관성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의 여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 / CC 김한울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참관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서 '부정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거나, '부정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확신'을 주는 장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개표 업무의 속도와 수월성을 중심으로 개표가 이루어지다 보니, 참관인에 충분한 설명이나 해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관인의 입장에서 당연히도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곳곳이 구멍 투성이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개표하기 바쁜 공무원들이 참관인들의 문제제기를 귀찮아하는 순간에는 이러한 의심은 겉잡을 수 없이 부풀어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개표부정에 대해 현실적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014년 동시지방선거 개표소를 참관하며 각 공정별 진행과 오류 가능성을 가늠해보고, 나름 중요한 목을 찾아다니며 샘플링하여 숫자와 분포를 크로스체크해보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개표부정이 일어나기는, 적어도 개표소에서 참관하는 이내에서 만큼은 쉽지 않다는 판단에 이른 것입니다.


사전투표함이 개함되자 개표원들이 개표를 위해 봉투를 테이블 위로 골고루 나누고 있다 / CC 김한울



하지만 '개표부정이 있을 수 없다'는 사회적인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메워야 하는 구멍은 한 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실제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느냐의 문제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 한 점 오류나 부정 없이 개표와 집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그 공정함이 공인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표현장에서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마지막 전산입력의 순간 이후에도 부정은 절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확신을 개표부정의 이른바 '음모론'을 믿는 이들에게까지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였습니다.



사전 투표 봉투에서 투표지와 함께 나온 메모지 / CC 김한울



저는 IT 개발자 출신입니다. 능력있는 개발자였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개발자로서 프로세스 설계와 그 안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은 실무를 통해서 충분히 무겁게 알고 있고, 그러한 기본을 갖추기 위해 보고 판단하는 눈은 경험을 통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킹(크래킹)은 기술적 영역에서 사회문화적 영역까지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오류와 부정의 가능성이 '0'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한 최소화 하는 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한 안에서 새로운 오류와 부정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고 차단함으로써 컴퓨터 해킹의 역사는 보다 안전한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만들어 왔습니다.




개표 및 분류 집계 후 검표를 기다리고 있는 투표지 묶음 바구니 / CC 김한울



개표부정에 대한 의혹은 실제 개표부정이 일어나고 있다는 상당한 의심을 뒷받침하는 근거에 의해서 발생한다기 보다는, 투개표 절차 자체가 충분히 밀도 있게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못함에 따라 헛점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탓에 제기될 수 있는 일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실제 의혹의 사실여부 보다 일상적으로 부정적인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이 더 강조되어야 할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개표부정 문제에 대한 제기는 끝을 알 수 없는 '음모론'이 아니라 공적 절차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를 단단히 쌓아나가기 위한 대안 모색 차원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투표지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 중 잘못 구분된 투표지'가 기록된 개표상황표 / CC 김한울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신뢰를 구축하는 일을 누가 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우리는 늘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최선은 비현실적이니 늘 차악이라도 만족해야 한다는 대한민국의 선거룰이 결국 이러한 난맥상을 고착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곁가지로 뻗칩니다.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지역 구도가 무너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그 옛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포스트 삼김'의 시대가 결국 박정희 시대로의 귀환 이후에야 현실로 도래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원튼 원찮든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길목에 서있습니다. 부디 새로운 시대에 낡은 관념이나 낡은 체념에 발목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젊음 조차 낡아버린 이 시대에 이러한 기대는 망상인가 싶은 생각이 시시때때로 들기도 하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버릴 수 없습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에 대한 구청의 주민설명회에 이어 종로구의회 간담회가 진행됐습니다. 보도 등에서는 주민 갈등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직접 들리는 의견 중에는 반대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클 때에는 반대 의견 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은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의견인데도 몇몇 주민이 적극적으로 주장하면 마치 주민 전체의 의견인 것 처럼 포장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구의회 간담회 이후에 간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서촌에 사시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의 의견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사시는 곳을 질문했습니다. 온라인 설문조사였지만 서촌 거주하거나 생활하시는 분이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에 대한 응답 결과입니다.


지하주차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반대 의견과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습니다. 서울시의 설문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주차장 이용 불편이 문제라고 응답하신 분이 많았지만, 주차장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지하주차장은 대안이 아니라는 답변이 더 많았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오히려 주차장을 줄이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는 답변이 1/3에 육박한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서울시에서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하며 주차장이 줄어들게 되니, 종로구청은 필운대로 지하에 주차장을 지어 주차장 감소분을 만회하겠다는 것이 사실상의 사업 취지였습니다. 같은 문제인식에 대한 다른 대안 모색의 차원에서 주민들은 대체 주차장 확보를 위한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주차장을 줄이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는 의견은 아직 전문가 의견에 머물고 있는, 어찌보면 급진적인 의견입니다. 주차장이 부족하니 주차장을 줄인다는 생각이 오히려 콜롬부스의 달걀과 같은 해법이라는 것이죠. 같은 종류의 발상의 전환으로 로드다이어트라는 정책이 있습니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줄이는 정책입니다. 영등포구에서 도입하기로 했고,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훨씬 더 많은 성공사례가 있습니다.


주차장을 줄여서 주차장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견이 전문가 설문도 아닌 서촌 주민 설문에서 이처럼 높은 응답률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주차장 문제의 해법을 훨씬 더 폭넓게 열어놓고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덧붙여, 주차장 문제는 서촌에서 시급한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생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간단하게 알아보는 가벼운 설문조사였지만,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설문조사나 주민 논의를 시작할 이유를 찾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의견을 듣고 이야기나누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오히려 서촌 주민이 아닌 분들일수록 주차장 문제가 아주 민감한 문제이므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조차 어려워 하시는 점이었습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주차장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접근했으면 합니다. 


설문조사 링크는 페이스북 그룹 '서촌'과 제 트위터, 페이스북, 그외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배포했고, 배포된 링크를 다시 배포하신 분이 계셨을 수도 있습니다. 설문은 약 열흘 간 진행했습니다. 이번 설문 응답은 총 26개가 도착했고, 응답기기는 스마트폰이 41%, PC.노트북이 33%로 집계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개의 설문조사와 달리 하고픈 말씀을 대부분 적어주셨습니다.




주차장이 꼭 필요하다!

주차장이 꼭 필요하니 지하주차장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에서는 무엇보다 방문객 보다 주민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전해주셨습니다. 서촌에서 사는 분들 보다 서촌에서 일하는 분들이 반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주셨는데, 설문 결과에서는 서촌에 사는 분들께서 더 크게 반대하고 계신 것으로 나왔네요.




주차장을 줄이는 게 대안이다


대중교통수단을 강화해서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자동차 이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 주차장은 상업화일 뿐이라는 의견, 교통량을 줄여 안전을 확보하고 관광은 친환경 도보/자전거 이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 장기적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지하주차장 외에 다른 대안도 있다!


공영주차장을 확대하자는 의견, 주차장 문제에는 시민의식 성숙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의견, 훨씬 더 적은 예산으로 훨씬 더 효과적인 정책이 있는데 굳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려는 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 공모전 등 다양한 의견 수렴 방식을 통해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 문제시 되는 시설을 수용해서 주차타워를 건설하는 것과 같이 다른 문제와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작 심각한 것은 관광버스 주차 문제이니 관광객은 대중교통으로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기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종로구청이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건설 설계 용역을 중단했습니다. 


[티브로드] 필운대로 주차장 '좌초'...예산 낭비 논란 - 2017.4.4.

첫 설명회를 마친 종로구는 결국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건설 설계 용역을 전면 중단키로 했습니다.


비록 구청의 공식적은 발표는 없었지만 실제 사업에 관련한 모든 실무가 정지 상태에 들어갔음을 확인했습니다. 서울시청과 종로구청의 조율 절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과정에서 좀 더 폭넓은 주민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업 재개가 결정되지 않도록, 혹은 사업이 온전히 주민을 위하는 방향에서 재개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이 서촌이 앓고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으로 인한 주차장 감소 이전에 종로구는 일상적으로 주차장 문제 해결 노력을 해왔습니까?


주차 편의와 보행 편의,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회피를 모두 만족하는 대안은 없습니까?


이 모든 질문에 종로구청과 서울시청 뿐만 아니라 주민도 함께 답해가는 과정을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그간 지켜보고 애써오신 주민 여러분들과 경복궁 서측 주민단체 연합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공식적인 사업중단 혹은 주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사업으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월 1일 오후 3시 종로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서촌주민-종로구의회 100분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말씀을 정리하여 전합니다.


간담회에 앞서, 안재홍 종로구의원(삼청 부암 평창 가회)은 종로구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마련한 자리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경점순, 배효이 의원(모두 청운효자, 사직, 무악, 교남)은 시간 관계상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재홍 의원의 양해 부탁 말씀이 있었습니다.


참석자의 입장을 순서대로 듣는 전후로 안재홍 의원이 입장을 밝혔고, 이후 간략히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한 간담을 덧붙여 진행했습니다. 참석자의 발언 내용에 앞서 안재홍 의원의 입장을 먼저 요약하겠습니다.



안재홍 의원 입장

1.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종로구의 준비가 부족함

- 지상부 사업의 효과는 긍정적으로 보이나 지하부 사업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문제제기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구청은 이에 대한 충분히 해명할 수 있어야 함

-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주차면 일부를 확대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함

- 사업으로 인한 보도확장 효과와 지하주차장 건설의 비용편익분석 필요 있음

- 해당 예산을 다른 방법으로 집행했을 때의 효과와도 비교분석 필요 있음

- 과업지시서 상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부분 보충되어야 함

- 2013년 조사 내용이 4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한지 확인할 필요 있음

- 이상에 따라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유일무이한 문제 해법인지는 의문인 상황임

2. 소수 반대가 있을 경우에도 사업진행에 대한 판단의 여지가 있을 것이나, 본 건은 나아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원 본인의 결론임

3. 주민 의견을 민원으로 종로구청, 종로구의회 의원에 전달해주기 바람



아래에는 간담회에서의 참가자 발언을 종합 요약 정리했습니다. 읽고 이해하시기 쉽도록 문장식으로 서술했습니다.

* 여러 참가자의 내용을 종합하다보니 일부 내용에서는 다소 자연스럽지 않거나 다른 맥락의 내용이 병존할 수 있습니다.



간담회 전체 요약


1. 사업 타당성


주민 주차공간 확대는 최대 30면에 불과한 공사에 400억 가까운 예산 투여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구청의 자료만으로는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인지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예산(국비 50억4천, 시비 149억, 구비 200억)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재검토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투자적격심사 비교대상이 되는 기존 주차면 확보 예산의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도확장 위해 없어지는 주차장을 지하에 건설 할 경우, 보도확장의 효과와 지하주차장 건설의 비용편익분석도 필요합니다.



2. 지하주차장 건설을 전제로 한 구청의 억지근거 제시


주민설명회 발표자료를 보면, 지하주차장 진출입로 실사모형시험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지하주차장의 진출입로와 램프는 경사면입니다. 경사지에 대한 실사모형시험을 평지인 탄천물재생센터 운동장에서 진행한 것은 실효성이 크게 의심됩니다.


종로구청은 필운대로 양방통행으로 지상주차면을 전부 삭제했을 때를 기준으로 주차면수 감소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방통행은 여러 안 중 하나일 뿐이며, 이 역시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줄어드는 주차면을 무리하게 확대하여 지하주차장의 필요성을 부풀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발표자료를 보면, 2013년 주민여론조사 결과 주차장 이용이 가장 불편하다는 응답(35.4%)에 비해 주차장 확보보가 가장 우선이라는 응답(21%)이 적습니다. 이 차이는 주차장 확보의 시급성이 다른 사안에 비해 떨어진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되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사업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3. 사업의 우선순위 문제


지역 주민들에게 주차 불편은 이미 익숙한 문제입니다. 이주자에 대해서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부터 기본적인 안내사항이기도 합니다. 


종로구청은 노인정, 놀이터 등 더욱 시급한 타 시설의 확보에는 미온적입니다. 기존 시설의 불편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시설이 줄어들고 있는 데에는 종로구청의 다른 사업이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직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어린이도서관 등 교육시설이 위치하고 있지만 규제 이전에 들어섰다는 이유로 숙박업소가 영업 중입니다.


이처럼 정작 가장 시급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차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4. 지상부-지하부 사업 효과 상충


보행 편의를 위한 정비사업의 취지로 시작된 사업입니다. 여기에 지하주차장이 추가되며 사업이 확대됐습니다. 기본적으로 보행권 강화를 위해 지하에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심지어 지하주차장 건설로 인해 지상에는 엘리베이터, 계단, 환기구, 배전시설 등이 추가되며 보행 편의에 있어서 지금에 비해 나아지는 것이 있는지 의문인 상황입니다. 보행이 불편한 넓은 보도만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지하주차장은 관광 방문 차량 집중을 대비한 사업으로 차량 통행량 증가시키는 사업입니다. 수직시설물이 지상의 사업목표를 훼손하고 차량 통행량을 증가시키는 면에서 지상부의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과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건설은 사업의 목표가 상호충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운대로 안에서 사업의 일관성을 우선 확보해야합니다. 이런 점에서 과연 해당 사업이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을 거쳤는지 의심됩니다.



5. 구청의 주민갈등 유발


360일의 사업기간에 60일의 추가 용역 진행 중인 이 때까지 주민설명회 외에 주민 의견 수렴절차는 없었습니다.  주민에 알리는 과정도 없었습니다. 해당 용역에는 주민간담회나 평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민설명회는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공사가 임박해서야 갑자기 주민설명회를 열어서는 반대의견을 가진 주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없습니다. 


주민 의견 수렴 없는 구청의 일방적인 비밀적 진행으로 유언비어를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필운대로에서 멀고 가까움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민-상인, 상인-상인, 주민-주민 갈등을 구청이 조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종로구청은 이 사업에 대한 주민대표를 위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대표 선정 근거에 대한 질문에 구청은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주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종로구청이 오히려 주민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업에 대한 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사업 진행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6. 주민 안전 위협


지하 깊숙이 대형주차장을 건설 과정에서 가옥 안전 문제도 살펴야 합니다. 서촌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습니다. 필운대로에 인접한 주민들은 낡은 집의 안전에 영향이 있을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필운동 골목에 보도 포장사업이 진행될 때 길가에 접한 벽에 균열이 생긴 사례도 있습니다. 공사기간 겪으며 견뎌야 할 불편에 대한 대책도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하공간은 강력사건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의 공간인 경우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미 지역의 아동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서 노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안전시설이라곤 사고 예방 시설 보다는 CCTV와 같이 사후 처리 근거를 확보하는 시설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직동 주민센터 교차로 보행안전 역시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주차장 진출입 차량으로 인한 안전 문제까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7. 매장 문화재 훼손


기본적으로 서촌은 지하 굴착이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고고학계에서는 고려 남경 터에 해당하는 서촌의 지하 유적 발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하 2미터 이하에서 유물이 출토되며 그 아래에서는 고려시대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행정에서 유물 존재 가능성을 가볍게 여겼다가 대량의 문화재가 출토된 사례가 청계천에서 있었습니다.  하물며 서촌에서의 유물 출토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터널 굴착 공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진출입로는 지상부까지 이어지는 토피층을 굴착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계단, 환풍구 등 지상으로 이어지는 시설물 역시 수직으로 지하를 훼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예산에는 문화재 발굴조사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문화재 발굴조사 비용만 500억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존 예산에 더하여 총 1000억 규모의 사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종묘주차장 건설 이후 종묘의 연못과 우물이 모두 말라버렸습니다. 그래서 수돗물을 퍼올려서 물을 채워넣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다시 종로주차장을 흙으로 메우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암반의 수맥이 단절되어 하류 유입에 문제가 생기면 파생되는 문제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종묘주차장으로 인한 피해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서촌의 주민들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불편을 적절히 감수하며 사는 법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8. 젠트리피케이션 유발


현재에도 일반적인 관광객은 물론, 주거지 게스트 하우스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심야 소음 문제 등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어느날 하나 둘 씩 이웃들을 볼 수 없게 되는 현상이 지속되며 공동체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차량을 이용한 관광객 방문을 유도하는 이 사업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9. 사업 계획의 부실성


400억이라는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임에도 사업의 당위성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습니다. 누릴 수 있는 효과에 비해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용역사는 주민설명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시기에 대해서는 구청 예산 편성을 요구했습니다. 사업비가 증가할 여지는 이미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난공사로 인한 공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 등은 전혀 감안되어 있지 않아 위험이 더욱 큽니다.


사업규모에 비해서, 현실화되기에는 전반적으로 사업계획과 준비상태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10. 주차장 문제 해결 효과 미비


서촌에는 기존 공영주차장이 확보된 곳이 있습니다. 관련 분야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주민들의 검토에 따르면 기존 공영주차장을 효율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주차장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종로구청은 기존 주차장 부지를 활용하여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는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존의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4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 지하주차장을 새로 짓겠다는 구청의 사업계획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종로구 주택지 주차장 부족분을 신규 공급으로 모두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주차면을 1만면 더 확보해야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현재의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사업비를 기준으로 하면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결국 수요 중심의 주차장 정책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분명합니다.


종로구청은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아니라 근본적인 주차문제 대책을 모색하고 내놓아야합니다.



11. 주차장 대안


당장 시급한 주차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몇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선 공유주차가 있습니다. 이미 타 구에서는 구의회의 주례 개정을 통해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 배정받은 주민이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공유하고 그 비용을 지불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낮 시간대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타 구에서 시행중인 셈입니다.


종로구 전체 주차장 확보율은 중구에 이어 서울 2위(3만면 초과)입니다. 하지만 주택지 주차장 확보율은 서울 꼴찌(1만면 부족)입니다. 주택지 외의 주차장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방식을 통해서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의 주차면수 이상의 주차장을 추가 확보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이지 않고도 주차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상 4월 1일 열린 구의회 간담회 내용을 알려드렸습니다.


간담회에서도 이야기되었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견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청과 구청, 구의회에 많은 질의와 민원을 전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더 중요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간단한 설문을 준비했습니다.

설문에 참여하여 의견을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설문]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계획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종로구가 서울시로부터 동의를 얻어낸 시점입니다. 종로구 입장에서는 그 이전부터 추진을 했을테니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먼저 고민한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미 그 전에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계획에 대한 종로구의회 주민 간담회 날을 맞아 그 흔적들을 다시 살펴보려 합니다.


살펴보기 앞서 올해 1월에 발행된 <종로사랑> 표지를 감상해보시면 좀 더 와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로구청이 발간하는 <종로사랑> 2017년 1월호 표지.

"종로구는 2017년에도 모든 구민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행복한 맞춤도시를 만들어갑니다.

청렴이 기본이 되는 지속 발전 가능한 종로를 위한 힘찬 발걸음에 주민 여러분이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살펴보겠습니다.


2013년, 당시 저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사무국장으로서 도시연대와 교남동 마중물복지후원회에 제안하여 '삼촌(三村) 우리마을 교통알기'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에 차량과 보행자의 혼잡이 가장 심한 필운대로가 서촌의 대표 가로로 조사 대상이 됐습니다. 서촌과 북촌, 행촌(동)의 보행환경을 직접 살펴 점검해보는 기회였습니다. 행촌동에서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지점이 발견되어 도시연대와 교남동 마중물복지후원회의 협업으로 한평공원이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동네 교통알기 사업의 결과는 서울시 정책토론회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를 통해 서울시와도 공유되었습니다. 당시 도시연대 기관지에 게재된 글을 보면 당시의 고민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직접 경험한 상황을 통해 고민을 전달하는 글입니다.


[도시연대]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면 어떤 삶을 살까?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 / 특집
저는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 는 운동은 단순히 마을에서 보행권을 확보하자는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입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공간구성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정말 많은 영향을미칩니다. 또 우리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 바뀐 생각에 걸맞게 공간을 바꿔야합니다.


2013년 9월 28일 삼촌(三村) 우리동네 교통알기 트위터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 정책토론회 패널



이러한 생각에 대한 공감의 폭은 의외로 넓었습니다. 주차불편이 심하다는 것을 모르는 주민이 없을텐데 오히려 그 주민의 입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분들도 계셨으니까요. 소수의 급진적인 생각으로 치부하거나 얼핏 그렇게 느껴 공공연하게 말하는 데에는 주저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사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선진국'의 모습은 이러한 차이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촌이 북촌만큼 빨리 망가지지 않고 있는건 주차공간 때문이란 얘기를 듣고 참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이곳으로 이사오며 차를 팔았다. 세울 곳이 없어서_ 이 곳은 골목 골목을 걸어야 보이며 느끼는 것이 많은 동네다. 그런걸 즐길 줄 아는 이만 와도 되겠다

서촌 주민 청침님의 2013년 10월 2일자 트윗



요즘 흔히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앞선 고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주차문제가 불편한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를 늦추는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주목할 만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요즘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전 경의선 철로를 걷어내고 공원을 조성한 후에 방문객들이 갑작스럽게 몰리며 빠른 속도로 상업화되는 동시에 집값이 폭등하고 동네가 소란스러워져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결국 보행중심으로의 전환이 아닌 보행과 자동차를 모두 누리려는 비싼 욕심이라는 점이 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 역시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즉 주민 스스로가 내쫓기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섣부른 사업 시행 이전에 명확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른 동네에서 겪었던 문제를 그대로 반복해서 겪게 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사업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이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크게 드러났습니다. 걷기 좋은 서촌, 아직은 자동차에 더 불친절해도 좋은 서촌에 대한 주민의 공감대를 아직 종로구청은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가슴 속에서 일어나오는 말로 종로구청의 시대착오적인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혀주고 계십니다. 더 많은 분들이 더 많이 말하고 존재를 드러낼 때에 종로구청은 자신의 잘못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강선아님의 2017년 3월 25일자 페이스북 포스팅




종로구청은 경기상고 지하주차장재동초등학교 지하주차장을 추진했다가 모두 주민 반대에 부딪쳐 계획을 접었습니다. 백사실계곡에 상상의 정자를 지으려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역시 좌절했습니다.


이번 주민설명회에서 예산을 내려준다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짜증섞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같은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종로구청이 제대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예산만 내려주면 지지받을 수 있는 때가 더이상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진정 삶의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실천해야 지지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주민께서 오늘 오후 3시에 있을 구의회 간담회에 참가 신청을 하며 남겨주신 말씀을 전합니다. 4월 1일 오후 3시 종로구청 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 회의실 꼭 잊지말고 찾아주시고 한 말씀씩 해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민의 편의보다 관광지화를 우선하는 지하주차장 건설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충분히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인근 거주자의 불편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정말 지하주차장이 최선의 해결책인지 검토해주시길 바랍니다.






3월 23일 사직동주민센터에서 열린 '필운대로 역사문화의거리 조성 및 지하주차장 건설 주민설명회' 발표 자료입니다. 발표 자료는 서촌꼬뮤니따 혁이네 구자혁 님께서 종로구청에 청구하여 받은 것을 공유합니다. 구자혁 님께 감사드립니다.


필운대로 자료.pdf


구체적인 내용 이전에 사업의 맥락 면에서 간략히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차장 중심으로 주객이 전도된 사업

최초 사업은 서울시의 보도환경개선사업으로 전주지중화와 함께 계획되고 있던 것이 종로구청의 지하주차장 신설이 포함되며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전봇대를 지하에 매설하면서 자동차 중심의 필운대로를 걷기 좋게 바꾸자는 의도는 엉뚱하게 주객이 전도되며 내용 면에서나 예산 면에서나 서촌을 더욱 관광지처럼 꾸미기 위해 무리하게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계획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역사정체성 측면에서 필운대로 강점 있나

사업 추진 배경에서 밝히고 있는 역사적 가치 면을 고려할 때, 과연 필운대로가 역사적 특성을 가장 잘 지닌 곳인지 의문입니다. 서촌의 대표 역사문화가로를 꼽는다면 사업 대상지는 필운대로가 아니라 옥인길에서 시작되어 청계천으로 향해 흐르는 길이 더욱 타당합니다.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오는 길은 서촌의 주민은 물론 방문하는 분들도 가장 많이 걷는 길입니다. 걷기 좋은 옛 길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장소 중에 역사적 가치를 꼽는다면 누하동 오거리가 있습니다. 누하동 오거리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나의사랑 문화유산'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나의사랑 문화유산 캠페인 현장심사 대상지 발표' - 2013.9.30.


필운대로는 서촌의 길 중에 가장 최근에 생긴 길에 속합니다. 90년대에 구불구불한 골목과 집들을 철거하고 새로 개통한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길입니다. 이 측면에서 필운대로가 보행자 중심의 길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을 반드시 그 길 아래에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주차난 문제는 근본적 대안이 필요


주차문제는 종로구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주택지는 더욱 심각합니다. 그래서 주차장을 확충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차장을 어느 정도 추가로 확보할 수는 있어도 주차장 확충으로 주차난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도시 관찰하기] 서촌을 서촌대로, 필운대로 지하 주차장 사업 추진을 바라보며 - 2016.5.27.




있던 주차장 없애고 새로운 주차장을 비싸게 만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


발표자료를 보면 지하주차장 설치가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안인 것 처럼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주차 불편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업이 주차난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이 사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모순입니다.



사업 배경에서는 친환경적인 대안을 적용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업 전과 후를 비교하면 주차장이 조금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늘어난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업 예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업비를 추가되는 주차면 수로 나누어 주차면당 투입예산을 계산해보면 주차장 한 면을 더 늘이기 위해 2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걷기 좋아진다는 좋은 변화를 위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비싸고 비효율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4월 1일 종로구의회 100분 간담회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로구의회와 처음으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4월 1일(토) 오후 3시 종로구청 내의 종로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실에서 열립니다.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의견 가진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서촌주민-종로구의회 간담회

2017년 4월 1일 오후 3시 종로구의회 건설복지회의실


4월 착공을 앞둔 필운대 지하주차장 계획과 관련하여 주민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착공 한 달을 앞두고 지난 24일 처음으로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의견으로 주차장 건설 계획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종로구는 경기상고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 재동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건설계획을 추진하였으나 번번이 주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번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은 종로구 지하주차장 계획의 3라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민반대에도 불구한 종로구청의 주차장 사랑이 이번에는 이루어질 수 있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착공 한 달을 채 앞두지 않고 종로구의회 구의원과 서촌 주민의 첫번째 간담회가 열립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평일이 아닌 주말로 일정을 정했습니다. 의견을 가진 분들은 누구나 발언하실 수 있는 자유로운 대화의 자리로 준비되고 있으며 현장에서 모인 내용은 구의회를 거쳐 구청에 공식적으로 전달 될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참가 신청(선택) https://kimhanwool.typeform.com/to/o0u50K

* 더 많은 참석을 위해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조정되었습니다
* 본 간담회는 종로구의회 안재홍 의원 경점순 의원 배효이 의원과 함께 준비되고 있습니다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 / CC 서울시


3월 15일, 서울 4대문 안이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서울시의 지정신청을 국토교통부가 전국 최초로 승인한 결과입니다. 사람과 환경을 중심으로 편의와 안전을 향상하는 조치로 축하하고 환영할 일입니다. 올 상반기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안)’을 수립해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 하니 구체적인 대책(안)의 내용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번 대책의 비전은 “승용차 없이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하는 안전하고 쾌적한 도심”입니다. 녹색교통 확대, 승용차 교통량 감축, 온실가스 감축, 교통사고 사망자수 감축 등을 핵심지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차 없이도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차 보다 사람이 쾌적하고 안전한 도심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직로의 관광버스 이중주차 행렬. 관광버스 불법주차 문제의 원인은 주차장 부족이 아닌 관광교통정책에서 찾아야 합니다 / CC 김한울


사직로를 포함한 주요 도로가 지정 범위에 해당합니다. 사직로에 합류하는 필운대로와 자하문로, 효자로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입니다. 문제는 종로구청이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설치 계획입니다.



주택가 주차장은 태부족, 주차장 신설로는 해결 불능


필운대로는 자동차로 가득합니다. 필운대로 뿐만 아니라 종로 전체가 주차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종로구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75.1%에 불과합니다. 승용차 주차장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주차장 면 수를 최소 30% 이상 늘려야 합니다. 1만대 분의 새로운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연합뉴스] '주택가 주차난' 종로·영등포·금천 심각…은평·성북 양호 - 2017.3.15.

종로구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75.1%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등록된 자가용 승용차는 3만 7천195대지만, 확보한 주차장은 2만 7천947면에 불과했다. 승용차 10대가 주차장 7∼8면을 나눠 써야 하는 형편이다.



기존 주차난에 관광버스까지 밀려들어 혼잡한 필운대로 / CC 김한울



하지만 놀이터와 근린공원 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차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해결책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합니다. 주차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주차장 확충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서울시의 녹색교통진흥대책지역 지정은 이러한 문제해결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업무용 주차장을 공유하고 대중교통으로 편의 강화해야


종로와 중구의 전체 주차면수는 159.7%와 199.5%로 넉넉한 반면 주택가는 주차난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업무용 건물의 주차장을 주민과 공유하는 대책과 함께 주차장에서 주택가까지의 공공교통수단을 강화해서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차난 때문에 도보 10분 거리에 주차하고 걸어서 귀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과 시간 후에 텅 비기 마련인 업무용 주차장을 공유하고, 주차장에서 집까지는 마을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좋은 의견을 모으면, 서울 최악의 주택가 주차난의 불편은 줄이고 편리함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제 투성이 지하주차장 계획, 종로구청의 강행 의지


그럼에도 종로구청은 무리하게 266억원을 들여 필운대로에 273면의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계산으로 주차장 한 면에 1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여되는 계획입니다. 굴착을 통해 터널식으로 공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인왕산 암반 속에 2층 높이의 주차장 건물이 들어서는 셈입니다. 공사중에 공사비 증가도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승용차 한 대를 주차하는 데에 1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선뜻 1억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을까요. 아무리 주차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무분별하게 세금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필운대로에는 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공사를 틈타 지하주차장도 함께 만들겠다는 것이 종로구청의 셈법입니다. 이 참에 지하주차장을 통해 통인시장과 금천교시장 방문객의 주차 편의를 도모한다고도 합니다. 서울시의 역사문화거리 조성은 보행 편의를 크게 확대하는 사업인데 종로구청은 더 많은 차를 불러들이려는 생각에만 잠겨 있습니다.


*역사문화거리 조성으로 인해 관광혼잡이 더욱 극대화 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노변이 대부분 거주자우선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필운대로 전경 / CC 김한울


환경 면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필운대로는 청계천 상류의 물길을 모두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지하 2층 규모이지만 필운대로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깊이가 될 것이고 당연히 지하의 물길이 지하주차장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어 인왕산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터널 개통으로 인해 백사실 계곡의 생태계가 훼손은 이미 여러차례 서울환경운동연합에 의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얼마나 큰 문제가 있는지는 물론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전혀 확인된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종로구청의 유별한 주차장 사랑


종로구청이 주차장 문제로 주민들과 불화를 빚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까운 경기상고의 경우에도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다가 청운동 주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결국 백지화 된 바 있습니다.


북촌에서는 재동초등학교 지하에 주차장을 건설하려다가 좌초됐습니다. 초등학교 주변에는 특히나 교통량과 운행속도를 엄격히 제한해서 학생 교통안전을 최우선 보장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거꾸로 운동장 아래에 주차장을 만들려 한 셈입니다. 역시나 재동초등학교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의 거센 반대에 백지화 되고 말았습니다.


[동아일보] 고갯길 깎고 학교지하에 주차장 추진… 고즈넉한 북촌 한옥마을에 웬 북새통? - 2013.5.21.

최근 종로구는 실내체육관 건립을 추진하는 118년 역사의 재동초등학교에 151면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함께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운동장을 파서 △지하 2, 3층에 6600m² 규모의 주차장 △지하 1, 2층에 900m²의 실내체육관 △지하 1층에 관광안내소, 전시시설, 공용화장실 등을 만들자는 것이다.


어쩌면 종로구청의 집요한 주차장 사랑이 이번에는 필운대로를 겨눈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녹색교통진흥대책 지역 지정과도 부딪치고 있습니다. 부디 서로 다른 방향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어 세금의 효과가 무용해지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종로구청은 사업 관철을 위해 주민 갈등 조장해선 안돼


종로구청은 특히나 서촌에서 주민간 갈등을 방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장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불리던 ‘서촌’이라는 명칭을 배척하고 전에 없던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서촌’이냐 ‘세종마을’이냐는 이분법으로 주민들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세종마을'. 역사와 주민에 대한 부정. - 2014.4.27.

결국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사람들이 멀쩡히 '서촌'이라고 부르던 동네 이름을 굳이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눈가림 해가며 '세종마을'이라는 없던 이름을 만들고 주민들을 부추겨 마을 이름을 두고 주민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역시 구청의 사업 관철을 위해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게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계획에 따른 공사 착공을 불과 한 달 앞두고서야 처음 열린 주민설명회는 그러한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차장 보다 세금의 효율적인 집행과 주민의 쾌적한 삶을 더 중요시 하는 종로구청이 되기를 바랍니다. 관광객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은 아랑곳 없이 관광상품 개발하기에만 몰두하는 지금까지의 모습도 반성하고 주민의 삶을 되돌아보는 구청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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