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2가 YMCA 뒷편으로 가면 <삼숙이라면>이라는 라면집이 있습니다. 그 가게 앞 골목이 '가장 좁은 골목길'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연지동에도 그에 못지 않은 좁고 긴 골목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폭도 더 좁고 길이도 더 긴 것 같습니다. 연지동 동네 분들은 알아차리실까요?


많이 알려지면 방문객으로 몸살을 앓는 게 요즘 종로의 골칫거리인 만큼, 동이름만 알려드리고 어디인지는 비밀에 부치겠습니다.




일상의 풍경으로 늘 마주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잊혀져버리고 마는 것들이 있습니다. 2013년의 '북촌의 봄'을 다시 보며 2016년의 '북촌의 봄'은 얼마나 달라져있을 지 생각해 봅니다. 




어느 여름날, 수성동계곡 인왕산 산책길 근처에서 산책하던 까치의 모습




2013년 11월 22일, tbsTV 스튜디오에서의 생방송 토론 영상입니다. 2년 전의 토론이었지만, 여전히 '서촌'을 지우고 '세종마을'이라는 새 이름표를 붙이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느 동네든 그 동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이름은 관에서 정한 이름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느 명칭이 맞느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불리우고 있는 명칭을 관에서 정하는 명칭으로 강제로 변경할 필요가 있는가에 있습니다.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은 2011년에서야 처음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조선시대로 기원을 거슬러올라가는 '금천교시장' 조차 '세종마을'에 밀려 본디의 이름을 잃고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로 불리는 일이 빈번합니다.




최근 '서촌'은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는, 기존 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으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을 굳히기 위해서 '복원'을 핑계삼아 땅을 파헤치고 길을 헤집는 토건사업을 더하는 것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불리우든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이 쫓겨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유족분들의 천막이 세워져 있던 때, 외국인 관광객들도 관광버스를 연무관 앞에 세우고 들머리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데, 세월호 유족분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천막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분들이 모두 안산으로 내려가시던 날, 잠시 지킬 이 없는 천막을 지키러 동네의 이웃분들과 함께 천막을 찾았습니다. 리본을 만들고 이야기 나누다가 천막 바깥에 붙어있던 현수막을 바라보았습니다. 자하문로 달리는 차들 곁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을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는 분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한 명 한 명을 영상으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얼굴을 다 담고 나니 영상의 길이만 12분 51초가 되었습니다. 희생자의 숫자만으로는 쉽게 느껴지지 않은 아픔의 무게가 더욱 있는 그대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이 영상을 보고 아픔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이 곳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소개하며 잊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꼭 밝혀내겠다는 약속 지키자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주말이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길 중 하나가 삼청동길입니다. 새로 바뀐 도로명 주소에서는 '북촌로5가길'이지만 예전 도로명주소에서는 삼청동길의 일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북적이는 삼청동길에는 20년 전만 해도 세모난 건물 1층 세탁소까지 네모난 보도블럭이 마름모 모양으로 깔린 좁은 인도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삼청동길이 겪은 20년 동안의 변화는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어졌다 할 정도입니다. 20년도 되지 않은 어느 날 북촌 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초가집을 마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은 그런 풍경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늘 북적이는 삼청동길이 그나마 한가한 때는 월요일 아침이겠지요. 월요일 아침의 삼청동길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시간이 다시 또 흐르고 나면 이 영상 속 풍경이 전혀 생경해지는 때가 또 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떻게 변하든 적어도 쫓겨나는 슬픔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2014년 11월 27일, 노동당 서울시당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eoul.laborparty.kr/507


다들 어렵다.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경제적으로, 상황적으로.


고정된 수입이라곤 4년 동안 오백원도 없는 주제에 그래도 7년 직장생활 하며 모아둔 덕분에 아직 까먹을 돈이 남아있다고 CMS 로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비용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게 몇 있다. 그 중에 정말 미안하다고 하면서 중단한 것들도 몇 있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더 줄이거나 없앨 수 없는 것들만 남았다. 무엇 하나를 먼저 없앨 수도 없다. CMS를 더 줄이느니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돈을 버는 것이 더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단체도 당도 다른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팍팍한 문제는 돈문제다. 시민단체들도 언제적 시작한 1만원 CMS가 매년 꾸준히 오르는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여전이 줄지도 늘지도 않고 딱 그 1만원을 유지하고 있는가 말이다. 아마 처음 1만원 CMS가 보편화되기 시작할 때의 물가수준을 보면 지금은 한 2~3만원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회원 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작은 규모의 단체는 살림이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활동가의 곤궁한 삶은 여기서 출발한다. 단지 개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사회의 미래를 삶을 통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싶다는 전망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직장을 다니면 아무리 박해도 200만원은 족히 받고도 남았을 젊음들이, 경력을 10년 쌓아도 몇 만원 오를까 말까 하는 전망을 안고 100만원 턱걸이 하는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당연히 노후 대비나 하다못해 병이라도 나면 들어갈 병원비 조차 예비하지 못하는 인생이 되어버리는 게 흔한 일이다.



그리고 CMS로 무언가를 후원하는 분들의 숫자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듯하다. 말로는 잘한다고 하고 좋다고 해도 매달 자신의 수입 중 1%도 후원하지 않는 이들은 또 얼마나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한국에서는 활동 따위는 하지 않고 오직 모금만 하는 단체라도 네임벨류만 있으면 후원을 받기 쉽다는 얘기까지 듣노라면, 사람들은 누구나 알아들을 만한 그럴듯한 단체에 대한 후원은 종종 시작하곤 하지만, 정말 힘들게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던 단체들은 폼 안난다고 외면받는 것 같아 영 입맛이 쓰다.


사회적인 투자로 봐도 후원 따위는 충분히 비용에 대한 값어치를 할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노후 대비를 위해 매달 꼬박꼬박 보험회사에 갖다 바치는 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가치가 자연 하락하고 말지만, 그 반의 반만큼만 사회복지 이슈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를 후원하고,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당의 후원금이나 당비로 납부를 하면, 노후대책이 효용을 발휘해야 할 즈음에는 이미 국가적인 복지제도를 통해 종신의 노후 복지를 보장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보면 노동당도 참 어려운 살림이다. 그래도 정당이라고 그렇게까지 어려울까 싶을 수도 있지만 최근 들여다보니 잘 나가는 시민단체 보다 살림살이는 훨씬 더 빠듯하다. 한 달에 들어오는 수입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1억원은 올려다보느라 목이 꺾어질 정도인데, 그나마 국고보조금도 없으니 그야말로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기본적인 돈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당직자들이 당을 기둥처럼 받치고 있었구나 싶다. 

따지고 보면 국회에 수십석씩 의석을 가지고 있는 정당들도 오로지 당비 수입만 놓고 견주면 노동당과 별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영세한 것으로 안다. 국고보조금에 공천헌금으로 먹고 산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셈이다.


사람들은 살림살이 어려워져 눈물 머금고 CMS를 줄이고, CMS 줄어드니 단체들의 활동력도 줄어들거나 최소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의 활동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어떻게 타계해야 할지 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쭈뼛쭈뼛 나오는 얘기가 후원금액 증액인데, 1만원이라도 고맙게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회비를 올려달라는 말을 하는 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노동당도 최소 1만원 한도에서 수입의 1%를 당비로 내자는 내부 규정이 있지만, 시민단체들과 마찬가지로 CMS 출금액은 표준금액 1만원이 표준으로 인식되어 1만원 당비 비중이 가장 높다. 200만원 벌면 2만원, 300백만원 벌면 3만원 식으로 어쩌면 '성경적'인 갹출을 하자는 것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활동이 변변치 않다고 질타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십시일반으로 살림을 꾸려온 모든 조직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침몰하고 있었다고 보면 어떨까. 저마다 월급은 어쨌든 오르는데, 후원금액은 오르지 않고 있으니 이 사회에서 각 단체와 정당의 지분은 그만큼 계속 깎여 온 셈이라는 셈법을 깨닫는 것 말이다. 물론 형편이 여의치 않은 월급 사정도 있겠지만, 물가상승률 0의 CMS에 비할 바는 아닌 듯 하다.


여기저기 가리지 말고 한꺼번에 CMS 표준금액 2만원 혹은 3만원 운동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형편이 어렵다면 그대로 두는 것만도 감지덕지이지만, 그렇게 빠듯한 살림이 아니라면 매달 CMS 후원 금액은 한 달에 한 번의 치맥값 정도에 맞춰도 무리 없지는 않을까.


몇 해 지난 후에 시원한 치맥과 함께 속 시원한 뉴스를 즐길 수 있는 시작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한울 (노동당 종로중구당협 사무국장)

* 이 글은 2014년 10월 20일, 노동당 서울시당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eoul.laborparty.kr/474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이후로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주로 책임소재를 두고, 안전에 대한 주의 멘트 등이 있었음에도 환풍구 위에 있다가 사고를 당한 희생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주장과 안전요원 배치나 펜스 설치 등을 통해 통제했어야 했다는 주최측 책임론이 충돌한다.


1. 희생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생각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주최 측이 좀 더 적극적인 현장 통제를 했어야 하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수 차례 주의 멘트를 했다는 것은 사고 발생 이전에 안전상 위험요인이 있다고 주최 측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주의 멘트를 반복한 후에도 개선이 없으면 적극적인 조치가 일어나야 하는 것이 순리적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더불어 희생자 자기책임만 강조할 경우, 유사한 상황에서 주최 측이 경고 멘트만 하고 그에 따르는 실질적인 조치는 하지 않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해이를 불러올 수도 있다.


2. 결과적으로 '주의 멘트를 반복하는 것 외에 실질적인 조치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주최 측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



3. 건축을 좀 안다고 하는 분들은 쉽게 '어떻게 그 시설에 사람들이 올라가서 뛸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듯 하다. 건축과 관련한 모든 규제들은 그렇게 생겨나서 지금에 이르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건축물 설계에 있어 소방법에서 강제하고 있는 내용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 규정이 없으면 건축가들은 화재 등 재난 상황을 일일이 시뮬레이션 해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규정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 건축 설계자는 그를 따르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즉, 이번에 사고가 났고, 평편하고 넓은 전망대와 같은 환풍구는 행사나 축제가 있을 경우 그 위로 많은 사람들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계기로 봐야 한다. 그리고 환풍구 설치에 있어서 이러한 경우에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안전기준 강화를 이야기하지는 않는 것 같다.


비용이 증가한다고? 세상의 모든 규제를 철폐하면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우리가 치르는 모든 비용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대안이 꼭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미래를 사는 분들이신가?


4. 좀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사고에 대한 의견들을 보노라면 진영적 자기 인식과 진영 방어 논리가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스스로를 희생자, 주최측, 환풍구 설계자 중 어느 하나에 이입시켜서 그들을 두둔하고 방어하는 것에 급급한 식의 '입장 말하기'가 일반적이란 얘기다.


누구도, 사고의 발생 과정에서 그것이 '어느 단계'에서 '예측가능'했는지와 그에 대해서 적절한 '사전 조치'가 충분히 효과적으로 취해졌는지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발생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마련되어야 할 사고방지책 역시 '올라가지 말라면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그저 그들의 잘못이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사고의 전개는 사실상 게으른 사고의 자기고백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사고 발생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것을 막거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얼마나 취해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발전적인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가장 답이 없는 것은 '세상이 이 따위니 망해도 싸다'는 식의 염세주의다.


김한울 (노동당 종로중구당협 사무국장)

* 이 글은 2014년 3월 14일, 노동당 서울시당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eoul.laborparty.kr/258


몇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촌에서 세입자로 살며 용감하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은 제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이미 예견된 미래가 닥쳐온 것이죠. 끝끝내 전세를 놓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전세 보증금을 20%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전화를 받았거든요. 3년 전, 누하동 한옥에 살 때 이 동네 전세 보증금이 최소한 매년 1,000만원씩 오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적중한 셈입니다. 아니, 사실은 그 보다 더 많이 오르고 있으니 좀 느슨한 예상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당시 제가 살던 집의 전세는 평균 수준이었는데 지금 저는 서촌에서 가장 싼 전세집이나 마찬가지인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예견된 미래라고 하는 이유는 이미 그 조짐이 오래 전 부터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최소 십수년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이 죄다 물러나고 이제 수성동 계곡과 박노수 미술관이 있는 옥인길에는 자리 잡은 지 2년 이상 된 가게를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박노수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주변 땅값이 세 배나 뛰었다며 싱글벙글 하시는 종로구청장님의 연설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참 씁쓸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탁소는 멸종위기에 몰렸고, 동네 중고등학생들이 몰려다니던 분식집들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업종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세입자를 내보내고 건물주인이나 그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 하고요. 구멍가게가 사라지더니 슈퍼마켓도 통인시장 주변 외에는 죄다 없어지려나봅니다. 서촌에 사는 사는 사람의 생활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 감수해야 하는 불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사직단 복원 때문에 시립어린이도서관을 철거한다는 이야기까지 돌면서 서촌의 미래는 사람사는 동네가 아니라 관광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됩니다. 한 두 해 안에 쫓겨나는 재개발 철거민은 아니어도 10년 20년 두고 언젠가는 동네를 떠나야 할 사람들로 정해진 서촌 철거민 말입니다.


가게들이 이렇게 변하는데 집들도 마찬가지지요. 서촌이 미우나 고우나 정들어 살던 분들 조차 서촌을 어쩔 수 없이 등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질테고, 그 중에는 저와 저의 가족도 포함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럴 땐 세입자란 정말 항상 추방당하며 살고 있는 존재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동네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고 해 봤자 집주인 전화 한 통이면 동네 분들과 작별인사하고 다른 동네로 짐을 싸야 하는 운명이니, 동네에 정붙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래서 집없는 설움이라 하는 거겠지만, 집 가진 자가 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권리금 폭탄 돌리기라고 까지 얘기되는 가게 월세와 권리금 인상폭은 상식을 벗어난 수준입니다. 1~2년 전에 들어온 가게들이 장사에서는 밑지고 권리금으로 그 손해를 메꾼후 가게 주인 연봉 쯤 챙겨 나가는 게 성공적인 사례가 될 지경인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는 권리금과 월세 주고 들어온 상인들이 오래 장사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촌을 찾아오는 방문객을 탓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옛 풍경, 오래된 골목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왔다면서 잠시 앉아서 쉴 곳, 산책으로 시장기 도는 배를 채우는 곳은 모던한 인테리어로 깨끗하게 정리된 곳만 찾는 모습은 종종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덕분에 월세는 오르는데 오래된 가게는 상대적으로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접을 수 밖에 없게 되고 동네 풍경은 빠르게 바뀌어나갑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리 알고 그리 하시는 분들이 한 분이라도 계실까요. 앞서서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게으름을 탓할 일이지요.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가게든 집이든 제 발등에 불도 떨어지고 나니 뭔가 공론화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의견이라도 들으려, 최소한 이런 일이 아무 이야기 없이 지나쳐지고 만다면 더 큰 설움이 더 많은 분들께 더 빨리 닥쳐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글을 적게 됐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셔도 좋고, 문제점에 대한 나름을 생각을 제시하셔도 좋습니다. 좀 더 나아가 대안이나 대책을 말씀해 주실 수도 있고, 어쨌든 무슨 이야기든 좋습니다. 서촌 거주자가 아닌 분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적어주시는 것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함께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



김한울 (노동당 종로중구당협 사무국장,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사무국장)

* 이 글은 2014년 4월 4일, 노동당 서울시당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eoul.laborparty.kr/289



위가 구글어스 캡쳐, 아래가 조선일보가 4월 3일자로 공개한 무인기 촬영 사진(3월 24일 월요일 오전 9시 22분 2초 촬영)위가 구글어스 캡쳐, 아래가 조선일보가 4월 3일자로 공개한 무인기 촬영 사진(3월 24일 월요일 오전 9시 22분 2초 촬영)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에 대해 문제제기하던 국민TV뉴스의 보도가 편집자 검토로 들어가며 볼 수 없게 됐다. 사실 조선일보가 오보를 냈다고 한 국민TV뉴스의 기사가 오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이 어딘가 미심쩍은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불필요한 음모론이나 의심의 눈초리라면 모두 종북으로 몰아가는 무지막지함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사진 검증 포인트를 생각해봤다.


1. 촬영시각과 그림자의 각도를 확인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무인기가 찍은 사진은 3월 24일 오전 9시 22분에 촬영된 사진이라고 했다. 해당 월일시의 그림자 각도는 정해져 있다. 그러니 실제 그 시각에 찍힌 사진인지 확인하려면 사진 속의 그림자 각도를 확인하면 된다. 사진에 나온 그림자들 중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그림자는 청와대 사랑채 지붕선이 사랑채 앞마당에 늘어뜨린 그림자다. 건물지붕의 모서리가 그대로 마당에서도 확인된다. 지붕모서리와 그림자 모서리를 연결한 선을 긋고 방위 기준으로 각도를 재면 된다. 카메라 세팅 시각의 오차를 관대하게 감안해서 10분 정도의 오차를 허용한다고 해도 사진사에 나타난 그림자 각도의 오차 보다는 적을 것이다.


2. 서울시 버스운행 정보를 조회한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시내버스가 딱 두 대 찍혀있다. 자하문터널에서 경복궁역 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하는 초록색 지선버스 두 대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사거리 신호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하나 더. 형제마켓 앞 사거리에서 수성동 계곡 종점을 향해서 죄회전 중인 마을버스 9번도 동시에 찍혀있다. 마을버스 9번의 일반적인 배차간격을 보면 출근 러시아워를 조금 지난 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진이 촬영된 시간을 1분 이내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타이밍 정보를 제공하는 점이다. 3월 24일 오전 9시 22분 2초 주변 시각에 마을버스 9번이 칠성약국 정류장 도착 직전 시간구간을 확인하고 그 구간 내에 신교동 버스 정류장에 도착 예정인 버스가 두 대 이상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3. 월요일 아침 오전 9시 22분의 자하문로 통행량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은 월요일 오전 9시 22분에 찍혔다고 했다. 출근시간을 조금 넘기긴 했지만 자하문로에는 교통량이 평소에 비해서는 많을 수 밖에 없는 시간대다. 자하문로의 교통량을 보면 통인동 사거리에서 경복궁역 방면으로 신호대기 중인 차량이 길어야 커피공방 앞까지 대기하고 있다. 그 뒤로는 거의 차량이 보이지 않다가 신교동 사거리에서 초록색 지선버스 두 대와 함께 차량 서너대가 신호대기하고 있다(그 전에 버스 두 대는 신교동 버스정류장 앞에 늘 대기중인 경찰 닭장차 두 대이니 제외하자). 역시 그 뒤로는 차량이 몇 대 없다. 다만 그 반대편 차선으로는 사거리를 빠져나간 차량들이 비교적 많이 보이는 편이다. 월요일 아침 9시 22분 경에 자하문로 통행량을 살펴볼 수 있겠고, 그날 유독 한산했다고 한다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시내 교통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운영하는 CCTV 영상을 확보해서 자하문로에서 경복궁역 사거리에 진입하는 교통량을 비교해봐도 좋다.


이렇게 몇 가지만 확인해도 불필요한 의혹이나 다툼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사진을 살펴 본 나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1. 최근 보름 이내에 촬영된 사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나, 통인시장 동측 입구 남쪽 두 번 째 건물을 보면 살짝 붉은 빛이 돈다. 새누리당 구의원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입주 건물에 건물을 덮는 현수막을 설치해 놓은 것이 아니면 건물 자체에서 붉은 빛이 나오기 어렵다. 그 옆옆 건물은 푸른빛이 나는데,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이 입주해있어 파란 현수막으로 건물을 덮은 탓이다. 두 선거사무실의 입주와 현수막 설치는 모두 3월 중순 이후에 이루어졌다.


둘, 통인동 46-5번지는 최근 철거됐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해당 대지의 가옥을 철거한 후 인접 가옥의 외벽이 노랗게 드러나보인다. 3월 13일에 철거현장을 지나며 찍은 사진을 찾아봤더니 그 때 노란 포장재로 임시로 덮어둔 것이 확인된다. 며칠 전에 다시 봤을 때는 회색으로 마감시공을 끝냈으니 3월 23일을 전후해서 찍힌 사진일 개연성이 높다.


2. 300m 고도에서 촬영된 것은 아니다


인왕산 정상이 338미터, 북악산 정상은 342미터다. 구글어스로 살펴 본 청와대 본관의 지표는 70미터 쯤 된다. 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무인기는 통일로를 따라 300m 고도를 유지했고 청와대 근처에서는 고도를 낮춰서 1초 간격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인왕산 능선을 지났는지 북악산 능선을 지났는지는 몰라도, 능선에 있는 경비단 초소에서 눈높이로 확인할 수 있는 항로다. 첨단이 문제가 아니라 육안으로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거나, 무인기가 그 고도로 날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CANON 550D 에 번들 50mm 단렌즈를 부착하여 찍은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 싶다. 550D는 보급형 DSLR로 크롭바디다. 똑같은 50mm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화각이 훨씬 좁게 찍힌다는 얘기다. 550D 의 CCD는 22.3mm x 14.9mm 이다. 화각 계산의 기준이 되는 CCD 대각선은 26.8mm. 화각은 0.5237 rad, 30도가 계산되어 나온다. 평면에서 수직으로 300m 뻗은 선의 끝에서 30도 각도가 포괄하는 최소 거리는 피타고라스가 알려줬다. 350m 정도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에 찍힌 범위는 대각선으로 1.6km를 넘는다. 550D에 50mm 렌즈를 장착해서 1.6km 범위가 찍히려면 몇 m 상공에 있어야 하는지 역산해보면 2.7km 가 나온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은 최소한 2km 이상 고도의 상공에서 찍힌 것이라는 계산이다. 


뭐가 진실일까? 조심스럽게 근거없는 예측을 해보자면, 조선일보는 비슷한 시기의 위성사진을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이라고 거짓말을 한거다. 이건 또 어떻게 확인하냐고?


렌즈는 저마다 고유의 왜곡을 가진다. 완전한 평면이 완전히 반듯한 가로선과 세로선으로 엮여 있는 바둑판 모양이라면, 렌즈로 찍은 사진은 그 평면이 조금은 휘어있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대충의 렌즈 종류는 물론, 렌즈 중심점이 정말 사진의 중심에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원본 사진의 일부를 잘라서 내놓는 경우에는 렌즈의 중점이 이미지의 중앙에 위치하지 못한다). 광각은 그게 지극히 심해져서 사진 귀퉁이에 찍힌 사람의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의 왜곡된 평면값이 번들 50mm 렌즈의 왜곡과 일치하는 지 보면 된다. 이는 이미지 분석 전문가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날이 새도록 이렇게 장문의 글을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삼각함수까지 끄적여가며 쓴 이유는 청와대가 이번 무인기 건에 대해 맞대응으로 평양침투작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 때문이다. 국정원 문서위조도 모자라 이젠 날조를 가지고 평양까지 간다하니 간담이 서늘하다.


김한울 (노동당 종로중구당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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