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4년 4월 4일, 노동당 서울시당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eoul.laborparty.kr/289



위가 구글어스 캡쳐, 아래가 조선일보가 4월 3일자로 공개한 무인기 촬영 사진(3월 24일 월요일 오전 9시 22분 2초 촬영)위가 구글어스 캡쳐, 아래가 조선일보가 4월 3일자로 공개한 무인기 촬영 사진(3월 24일 월요일 오전 9시 22분 2초 촬영)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에 대해 문제제기하던 국민TV뉴스의 보도가 편집자 검토로 들어가며 볼 수 없게 됐다. 사실 조선일보가 오보를 냈다고 한 국민TV뉴스의 기사가 오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이 어딘가 미심쩍은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불필요한 음모론이나 의심의 눈초리라면 모두 종북으로 몰아가는 무지막지함을 피하기 위한 몇 가지 사진 검증 포인트를 생각해봤다.


1. 촬영시각과 그림자의 각도를 확인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무인기가 찍은 사진은 3월 24일 오전 9시 22분에 촬영된 사진이라고 했다. 해당 월일시의 그림자 각도는 정해져 있다. 그러니 실제 그 시각에 찍힌 사진인지 확인하려면 사진 속의 그림자 각도를 확인하면 된다. 사진에 나온 그림자들 중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그림자는 청와대 사랑채 지붕선이 사랑채 앞마당에 늘어뜨린 그림자다. 건물지붕의 모서리가 그대로 마당에서도 확인된다. 지붕모서리와 그림자 모서리를 연결한 선을 긋고 방위 기준으로 각도를 재면 된다. 카메라 세팅 시각의 오차를 관대하게 감안해서 10분 정도의 오차를 허용한다고 해도 사진사에 나타난 그림자 각도의 오차 보다는 적을 것이다.


2. 서울시 버스운행 정보를 조회한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시내버스가 딱 두 대 찍혀있다. 자하문터널에서 경복궁역 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하는 초록색 지선버스 두 대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사거리 신호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하나 더. 형제마켓 앞 사거리에서 수성동 계곡 종점을 향해서 죄회전 중인 마을버스 9번도 동시에 찍혀있다. 마을버스 9번의 일반적인 배차간격을 보면 출근 러시아워를 조금 지난 시점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진이 촬영된 시간을 1분 이내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타이밍 정보를 제공하는 점이다. 3월 24일 오전 9시 22분 2초 주변 시각에 마을버스 9번이 칠성약국 정류장 도착 직전 시간구간을 확인하고 그 구간 내에 신교동 버스 정류장에 도착 예정인 버스가 두 대 이상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3. 월요일 아침 오전 9시 22분의 자하문로 통행량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은 월요일 오전 9시 22분에 찍혔다고 했다. 출근시간을 조금 넘기긴 했지만 자하문로에는 교통량이 평소에 비해서는 많을 수 밖에 없는 시간대다. 자하문로의 교통량을 보면 통인동 사거리에서 경복궁역 방면으로 신호대기 중인 차량이 길어야 커피공방 앞까지 대기하고 있다. 그 뒤로는 거의 차량이 보이지 않다가 신교동 사거리에서 초록색 지선버스 두 대와 함께 차량 서너대가 신호대기하고 있다(그 전에 버스 두 대는 신교동 버스정류장 앞에 늘 대기중인 경찰 닭장차 두 대이니 제외하자). 역시 그 뒤로는 차량이 몇 대 없다. 다만 그 반대편 차선으로는 사거리를 빠져나간 차량들이 비교적 많이 보이는 편이다. 월요일 아침 9시 22분 경에 자하문로 통행량을 살펴볼 수 있겠고, 그날 유독 한산했다고 한다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시내 교통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운영하는 CCTV 영상을 확보해서 자하문로에서 경복궁역 사거리에 진입하는 교통량을 비교해봐도 좋다.


이렇게 몇 가지만 확인해도 불필요한 의혹이나 다툼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사진을 살펴 본 나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1. 최근 보름 이내에 촬영된 사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나, 통인시장 동측 입구 남쪽 두 번 째 건물을 보면 살짝 붉은 빛이 돈다. 새누리당 구의원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입주 건물에 건물을 덮는 현수막을 설치해 놓은 것이 아니면 건물 자체에서 붉은 빛이 나오기 어렵다. 그 옆옆 건물은 푸른빛이 나는데,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이 입주해있어 파란 현수막으로 건물을 덮은 탓이다. 두 선거사무실의 입주와 현수막 설치는 모두 3월 중순 이후에 이루어졌다.


둘, 통인동 46-5번지는 최근 철거됐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해당 대지의 가옥을 철거한 후 인접 가옥의 외벽이 노랗게 드러나보인다. 3월 13일에 철거현장을 지나며 찍은 사진을 찾아봤더니 그 때 노란 포장재로 임시로 덮어둔 것이 확인된다. 며칠 전에 다시 봤을 때는 회색으로 마감시공을 끝냈으니 3월 23일을 전후해서 찍힌 사진일 개연성이 높다.


2. 300m 고도에서 촬영된 것은 아니다


인왕산 정상이 338미터, 북악산 정상은 342미터다. 구글어스로 살펴 본 청와대 본관의 지표는 70미터 쯤 된다. 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무인기는 통일로를 따라 300m 고도를 유지했고 청와대 근처에서는 고도를 낮춰서 1초 간격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인왕산 능선을 지났는지 북악산 능선을 지났는지는 몰라도, 능선에 있는 경비단 초소에서 눈높이로 확인할 수 있는 항로다. 첨단이 문제가 아니라 육안으로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거나, 무인기가 그 고도로 날지 않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CANON 550D 에 번들 50mm 단렌즈를 부착하여 찍은 사진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 싶다. 550D는 보급형 DSLR로 크롭바디다. 똑같은 50mm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화각이 훨씬 좁게 찍힌다는 얘기다. 550D 의 CCD는 22.3mm x 14.9mm 이다. 화각 계산의 기준이 되는 CCD 대각선은 26.8mm. 화각은 0.5237 rad, 30도가 계산되어 나온다. 평면에서 수직으로 300m 뻗은 선의 끝에서 30도 각도가 포괄하는 최소 거리는 피타고라스가 알려줬다. 350m 정도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에 찍힌 범위는 대각선으로 1.6km를 넘는다. 550D에 50mm 렌즈를 장착해서 1.6km 범위가 찍히려면 몇 m 상공에 있어야 하는지 역산해보면 2.7km 가 나온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은 최소한 2km 이상 고도의 상공에서 찍힌 것이라는 계산이다. 


뭐가 진실일까? 조심스럽게 근거없는 예측을 해보자면, 조선일보는 비슷한 시기의 위성사진을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이라고 거짓말을 한거다. 이건 또 어떻게 확인하냐고?


렌즈는 저마다 고유의 왜곡을 가진다. 완전한 평면이 완전히 반듯한 가로선과 세로선으로 엮여 있는 바둑판 모양이라면, 렌즈로 찍은 사진은 그 평면이 조금은 휘어있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대충의 렌즈 종류는 물론, 렌즈 중심점이 정말 사진의 중심에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원본 사진의 일부를 잘라서 내놓는 경우에는 렌즈의 중점이 이미지의 중앙에 위치하지 못한다). 광각은 그게 지극히 심해져서 사진 귀퉁이에 찍힌 사람의 얼굴이 크게 나오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의 왜곡된 평면값이 번들 50mm 렌즈의 왜곡과 일치하는 지 보면 된다. 이는 이미지 분석 전문가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날이 새도록 이렇게 장문의 글을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는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삼각함수까지 끄적여가며 쓴 이유는 청와대가 이번 무인기 건에 대해 맞대응으로 평양침투작전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 때문이다. 국정원 문서위조도 모자라 이젠 날조를 가지고 평양까지 간다하니 간담이 서늘하다.


김한울 (노동당 종로중구당협 사무국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