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를 맞아 몽키비즈니스에서 있었던 '세월호 2주기 저항퍼포먼스 <국민사직>'에서 불타는 버스의 <진혼곡>과 <행복의 나라>도 인상적이었지만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올라가자>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 세월호 2주기 저항퍼포먼스 <국민사직> 중, 박근홍 X 주완 공연 모습 @몽키비즈니스


앞서, '2년 전 오늘' 창 밖으로 바닷속을 들여다 봐야 했던 희생자들과 광화문 광장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봐야 하는 오늘의 우리들을 무대에 올라 이야기했다.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 창 밖으로 바닷속이 보이던 순간,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비가 우리를 물에 잠기게 하고 심지어 모두를 쓸어가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없는 것 처럼 그래도 저 밖에 경비정이 떠있으니 곧 평생에 없을 희귀한 경험을 두고두고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회의주의자도, 염세주의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한 정당의 부대표로 있고,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후보로 발이 닳도록 뛰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안도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불안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은 단순히 노동당이 원내 의석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현실인식 탓이다.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 닥쳐올 때 가장 위험하다. 오늘 김종인 대표가 세월호 행사에 있어서 공식적인 당의 참여는 없다고 발표하고 개인적으로 추모 행렬에 선 후에, 정치적 쟁점화를 우려해서 당적 참여를 배제하고 예정에 따라 개인적으로 참여했다는 지지자들의 글과 기사가 올라왔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놀라운 리더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읽어야 하는 것은 그 얕은 너머에 있다. 바로 그가 우려했다고 하는 '정치적 쟁점화' 말이다. 20대 국회는 3당 체제가 되었고,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이 첫 일성으로 '세월호특별법'을 먼저 들고 나왔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된 바 없지만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의지만 있다면 '정치적 쟁점화' 따위는 19대 국회 과반의석 새누리당과 같이 돌파하기 쉬운 환경이 갖추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김종인 대표가 '정치적 쟁점화'를 피해가기 위한 정치적 포석을 두고 있다는 해석은 너무나 느슨하다. 단순히 추모 행렬에 서 있었는가 아닌가만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상황 해결의 의지를 누가 가지고 있는가를 드러내는가를 먼저 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먼저 들고 나온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먼저 경계하고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하나의 가능성은 세월호를 새누리당과의 정치적 거래의 카드로 살려두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당 조차 일성으로 들고 나온 세월호 문제를 오히려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며 개인적 참가로 얼버무리는 일은 달리 설명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이후 정치적 행보-다시 말해 대선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어서 세월호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불리하므로 적당히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다. '정치적 쟁점화'가 두려울 일은 대선 외에 무엇이 있겠나.


결국 우리가 듣고 있는 저 빗소리가 단순히 봄가뭄 걱정 없이 봄으로 들어서는 낭보가 아니라 어느 순간 차올라 우리를 물에 잠기게 만들지도 모르는 비극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졸이고 있다. 새누리당 과반 의석 확보 실패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는 것다는 사실 때문이다.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올라가자>는 끊임없이 "올라가자"를 반복하며 2년이 지나도록 진도 앞바다에 잠겨 있을 수 밖에 없는 아홉 명의 외침을 듣게 했다. 천장 구조물을 잡고 '올라가자' 외칠 때 마다, 슬픔이 차올라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끊이지 않는 외침을 나의 슬픔으로 느껴지도록 했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20대 국회와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외쳐야 한다. 그들이 가만히 있는 우리들의 요구와 희망을 조용히 들어주리라는 기대에 갖혀있어서는 안된다. 수면 위의 경비정을 믿을 수 밖에 없었던 희생자들의 슬픔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삶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때다.


 세월호 2주기 기억·약속·행동 문화제 @광화문광장



나날이 치열해지는 선거운동 가운데

선거 후의 약속을 알려드립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작은 무대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발언을 하게 됐습니다.


2년 전 같은 시각, TV 화면에는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뒤집어진 뱃머리가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 마지막 가쁜 숨을 들이쉬고 있었을 입술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2년.

치유되지 못한 아픔, 방치된 슬픔, 고통스런 나날들, ..


어찌 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참사로 그치지 않았기에

그 모든 아픔, 슬픔, 고통은

우리 모두의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역시 지금

침몰하는 진실 속에 숨이 가빠오고 있습니다.


서로 마주봐야 할 시간입니다.

서로 마주잡아야 할 시간입니다.


이 땅의 노동이

이 땅의 삶이

이 땅의 민주주의가 마지막 물숨을 쉬기 전에

우리에게 남은 작은 희망의 실마리를 단단히 움켜쥐어야 할 때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2년 동안 책임을 쌓아온 저 낡고 무능한 국회를 향해

우리는 끝까지 싸우고 있음을 보이겠습니다.


2년 동안 회피와 비겁으로 일관해 온 청와대를 향해

우리는 한 줄기 희망의 끈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보이겠습니다.


노동도, 삶도, 민주주의도 없이

경마중계처럼 공허한 승부에만 집착하는 선거의 가운데에서

노동의 희망

삶의 희망

민주주의의 희망을 끊임없이 외치겠습니다.


우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단 1% 조차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1% 를 위해 뛰겠습니다.

그 희망이 배가 되어 2% 가 되도록 뛰겠습니다.

다시 희망이 그 배가 되고, 또 그 배가 되어

결국 이 어둠을 빛 앞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그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다면 이 선거는 결과를 떠나 이미 죽은 선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여기 살아있습니다.

우리가 여전히 진실을 향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 모든 분들과 함께

세월호의 진실을 위해 멈추지 않는 모든 분들과 함께

우리가 지금 살아있으니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음을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둠이 끝내 빛 앞에 서게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어둠 속에서도 선내 방송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한 배의 운명을 나누어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악수거부...보수언론 ‘부풀리기’ 저의 의심스러워”

(김한울 노동당 서울 종로‧중구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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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더 올바른 이야기와 실천을 할 수 있는 정당에 소신있게 투표하고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이라기 보다는 거대 여당과 야당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노동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의 어려움입니다. 노동당을 선뜻 지지하실 수 있도록 좀 더 선명하게 노동당의 목소리를 내고 실천해 나가는 것과 부조리한 선거 관련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014.6.6. - 국민TV <조상운의 뉴스바>

3월 2일 오늘은 노동당에서 국회 앞 시민 필리버스터 진행을 도맡아 하기로 정해져 있던 날입니다. 2월에 정해진 것이었으니 국회 필리버스터와 함께 시민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날을 노동당이 마무리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3월 1일 자정에 맞춰 나온 속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침몰하였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919년 3월 1일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던 외침은 일제 강점에 맞선 조직적인 투쟁의 메아리였습니다. 하지만 97년이 지난 2016년 3월 1일 국회에서 날아온 속보는 모처럼 만의 뜨거운 지지를 협상의 조건으로 팔아 넘긴 민주주의 침몰의 사이렌이었습니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물론 최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까지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현직 국회의원은 20대 국회에 들여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회가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4월 13일 총선이 끝나고 나면 곧 4월 16일입니다. 바닷속으로 기울어지는 배 안에서 두려움에 떨었을 수많은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목이 메입니다. 오늘 필리버스터에서도 2014년 지방선거 때에 박근혜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던 세월호 유족분들의 청와대 면담 요청에 대한 기억을 말씀드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것은 아직도 세월호의 슬픔을 지나간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자신입니다.


우리는 맹골수도로 향하는 대한민국호에 탑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아도 잃어버린 기본적인 권리는 언제 찾게 될 지 모르는데 정부는 쉬운해고 재촉하는 노동개악을 강행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정치는 최대야당에 의해서 내던져지고 말았습니다.


2016년 3월 1일이 2016년 4월 13일을 설명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날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전혀 새로운 선택과 실천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음이 필리버스터 중단 속보를 통해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민주주의 입니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유족분들의 천막이 세워져 있던 때, 외국인 관광객들도 관광버스를 연무관 앞에 세우고 들머리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데, 세월호 유족분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천막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분들이 모두 안산으로 내려가시던 날, 잠시 지킬 이 없는 천막을 지키러 동네의 이웃분들과 함께 천막을 찾았습니다. 리본을 만들고 이야기 나누다가 천막 바깥에 붙어있던 현수막을 바라보았습니다. 자하문로 달리는 차들 곁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을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는 분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한 명 한 명을 영상으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얼굴을 다 담고 나니 영상의 길이만 12분 51초가 되었습니다. 희생자의 숫자만으로는 쉽게 느껴지지 않은 아픔의 무게가 더욱 있는 그대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이 영상을 보고 아픔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이 곳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소개하며 잊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꼭 밝혀내겠다는 약속 지키자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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