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질도


인왕산은 바위산입니다. 북한산과 북악산도 마찬가지죠. 서울 지질도를 보면 종로구는 그야말로 100% 암맥에 해당합니다. 바위 위의 도시죠.


인왕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바위산인 인왕산이 특징 중 하나가 곳곳에 금이가고 떨어져나온 거대한 바위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겨울이 되니 이런 바위 틈으로 흐르다가 지면으로 나오는 물이 얼어버려 곳곳에 예상치 못한 작은 빙벽들이 생겼습니다.


인왕산 옥인동 숲놀이터 


지면 가까운 곳에서도 이렇지만 지면 아래 깊은 곳에도 물이 흐르고 있을 겁니다. 지하수위가 낮아진다는 것이, 지면 가까운 물은 마르더라도 깊은 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할테니까요. 그래서 요즘 문득문득 걱정입니다. 신분당선 얘기가 나오더니 GTX 연결까지 온통 바위 투성이인 인왕산 북한산 지하에 터널 뚫겠다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어서입니다.


옛 뉴스만 찾아봐도 이미 1982년 잇따라 일어난 3호선 붕괴사고들이 확인됩니다. 4월 8일 현저동사고(현 독립문역 일대), 7월 1일 서소문사고, 10월 8일 330-3공구 사고. 심지어 마지막 사고는 특별안전검검반의 안전점검 결과 3호선 25개 공구 중 가장 안전한 공구로 꼽히던 곳에서 일어났던 매몰사고였고, 사고는 암반 붕괴를 막는 바위 볼트를 박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공법이 발전해서 같은 사고가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산 인왕산 일대 암반 터널 공사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백사실 계곡 도롱뇽 보존 문제로 한창 뜨거울 때에는 정릉터널이 뚫리면서 북악산 지하수위가 낮아져 계곡 유량이 절대 감소한 것이 도롱뇽 생태에 가장 치명적이었다는 주변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고, 자하문터널은 인왕산 샘물 수질을 현저히 떨어뜨렸다는 얘기도 오래 사신 분들의 말씀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버드나무 약수터는 끝내 폐쇄됐고, 석굴암 약수터도 작년부터 음용 부적합 판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통 대책이 필요하다면 3호선 배차간격을 조밀하게 배치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예전에 이 문제로 3호선에서 근무하는 분께 개인적으로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새로운 차량만 도입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은 바 있습니다. 굳이 환경과 안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깊은 바위 아래 또 터널을 뚫어야만 하는 것인지 다시 진지하게 묻고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82년 4월 붕괴사고 관련 기사 중에는 붕괴사고로 무악재 도로 1.7km가 약 보름간 차량통제되어 무악재 아이들이 그 큰 도로에서 자전거 경주며, 야구 시합이며 신나게 놀았다는 기사도 있는데, 놀이 공간은 자하문로가 아니라 계획에 따라 정한 곳에 충분히 만들면 될 일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새벽 종로 관수동 고시원에 불이 났다. 심폐소생 과정애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종로의 이면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낡은 3층 규모 건물의 2~3층에 50명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종로 곳곳에는 오래된 건물 비좁은 계단 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시원들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낡은 고층 건물 꼭대기 층 근처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기도 하고, 종로 대로변은 임대료 문제로 낡은 건물 4~5층에 위치한 경우도 있다. 하나같이 화재에 취약하다.


이름만 고시원일 뿐 고시원은 이미 쪽방의 새로운 이름이다. 보도를 보면 사상자의 대부분은 40~60대 노동자다.


이 즈음 되면 위험한 낡은 건물 허물고 재개발 재건축 이야기도 나올법 하다. 그렇게 되면 낡은 고시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주거복지 취약층은 눌린 풍선처럼 다른 취약 주거를 찾아 이동할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시절 과잉공급으로 종로지역 빌딩 공실률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자본의 편에서 시장에만 맡겨두었던, 주거-상업-산업을 관통하는 도심지 공간정책이 완전한 실패에 이른 것이다.


화재 건물 바로 맞은 편에는 ‘전태일노동복합시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한창이다. 뒤늦게나마 이번 희생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거대한 도시 서울의 구도심을 빈과 부가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전시장으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라도.


희생자의 명복과 부상자의 쾌유를 빈다. 도심 공간의 쾌유와 함께..




박근혜 집권 시기의 거짓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에 이면합의는 없다고 했던 것이 정반대의 진실로 드러나자마자, 이번엔 2016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도 근거없는 말로 변명하고 나중에 거짓 사실을 짜맞춰낸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된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셈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국민들을 향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일삼았던 무책임하고 무능한 전임대통령 박근혜만 욕하고 돌아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또 어떤 대통령이 얄팍한 수로 국민을 속이고 집권 기간 거짓말로 일관해도 우리는 그 대통령이 박근혜 만큼 거대한 악을 저지르고 또한 그것이 임기 중에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알 수도, 멈출 수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박근혜를 탄핵했을 뿐, 이명박근혜 체제의 탄핵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과 그를 둘러싼 정치적 카르텔은 한국 정치사에서 끊임없이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어냈고, 그 끝에는 결국 국민의 불행이 이어졌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구습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드러내고 국민과 대화하는 정부의 역사가 시작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정희가 쓰러진 후 40년이 다 되도록 우리는 살아있는 박정희를 발견하곤 합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도 여전히 박근혜가 남아도록 두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뢰를 쌓는 정치, 신뢰를 쌓는 정부가 필요합니다. 신뢰는 단 몇 달, 몇 년만에 쌓이지 않습니다.




[프레시안] 박근혜, 개성공단 중단 때도 거짓말 - 폐쇄부터 해놓고 국정원 동원해 무리한 증거 맞추기, 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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