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에서 수성동계곡을 잇는 옥인길을 걷다가 가슴이 철렁한 장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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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9498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3층 바닥면에 있던 콘크리트가 녹슨 철근이 팽창하며 생긴 균열로 인해 공중에 매달려있다가 한꺼번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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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9500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건물 바로 앞에서 올려다 본 모습은 더욱 아찔하다. 건드리지 않아도 후두둑 떨어져 내린 콘크리트 덩어리들이니 아직 미처 떨어지지 못하고 옆에 불안하게 붙어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또 언제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때에 무너져 내려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군다나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떨어진 바로 옆으로는 아이들이 오가는 출입구가 배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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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9502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노후건물이 많은데다 체계적인 노후건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서촌의 특성 상 위태위태한 건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한옥의 경우 큰 비가 쏟아질 때에 지붕이 주저앉는 경우는 최근 몇 년 간 해마다 두 세 건 씩 일어나곤 했을 정도다.


하지만 한옥에 비해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은 노후건물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한국일보, SBS, tbs 등 언론에서 서촌의 노후건물을 취재할 때에도 늘 관심은 한옥에만 맞춰져 있었고 한옥 외의 건물이 언급된 경우는 예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니 일반의 관심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예에서 보듯 대부분 복층 구조를 가진 콘크리트 건물의 노후에 따른 문제는 단지 구조안전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물관리를 꼼꼼히 하는 건물주가 드문 풍토에서 철근 부식으로 인한 콘크리트 박리나 외장재의 이탈 추락으로 인한 인명피해의 가능성은 서촌에서 만큼은 가능성 수준이 아닌 현실적인 위협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겨울, 통인시장 동측 입구에 있는 효자아파트(통인아파트) 입구 5층 외벽에 붙어있던 대리석이 새벽4시 경 추락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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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5403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 사진은 대리석 외장재 한 장이 추락한 후에 건물 꼭대기를 두른 대리석을 모두 제거하고 콘크리트를 바른 모습. 하지만 다른 외장재들은 안전하게 붙어있는 것인지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어 아파트 거주민은 물론 시장 통행인의 보행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바닥에 깨져있는 두꺼운 대리석 조각이 5층 꼭대기에서 떨어져 산산조각났으니 한동안 돌 부스러기라도 또 떨어지지 않은까 노심초사하며 건물 입구를 드나들 수 밖에 없었지만, 잠시 길을 오가는 이들로서 이러한 문제를 알기도 어렵고 대책을 요구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더더욱 요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건물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이가 책임의식으로 가지고 안전 문제를 신경쓰고 노후건물을 관리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어느 순간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의 지원이나 대책이라는 것은 한옥지원금 지급이나 지난해 구청에서 효자아파트(통인아파트)에 도색비용을 지원한 것이 고작이다. 거주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안전을 먼저 살펴보고 그 후에 잘 정돈되고 꾸며진 외관을 챙기는 것이 순서일텐데, 안전 문제 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만 신경쓰는 듯 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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