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동 154-10번지에 서 있는 낡은 한옥 한 채. 그것은 이상(李箱)이 살던 집이 아니라 이상이 떠난 후 땅이 나뉘고 새로 지어진 집이다. 현재 그 대지와 건물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소유하고 있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는 4명의 건축가와 함께 그 집을 허물고 이상을 기념하는 박스형태의 건물을 신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난 지금 현재 상황에서 '터를 기념한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어떻게 토지를 통해서 누군가 혹은 그 누군가의 무엇을 기념하고 기릴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답, 아무런 유물도 없이 지적도 경계로만 남은 흔적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고민. 그것 없이 어떻게 무언가가 기려지고 기념될 수 있을까.
욕된 유물처럼 지워지는 대지의 기억. 우리가 쓰다듬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용도 폐기되는 것들.. 이상이 떠난 후 그가 그의 인생 대부분을 의탁했던 집이 처했던 운명이 그러하였던 것 처럼 지금 저 이상의 집터 위에 위태하게 걸려있는 집이 처한 또 다른 철거의 운명 앞에서 우리는 두 눈을 더욱 크게 부릅뜨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끝내 그 처절한 질문 앞에서 누군가 납득시킬만 한 변명이 내어지지 못한다면 난 과감히 저 욕된 자들의 이름 위에 침을 뱉고 말리라
1910년 9월 23일(음력 8월 20일) 김해경(이상의 본명) 출생
1913년 통인동 154번지 백부 김연필의 집에 양자로 입양
1933년 통인동 154번지 매도
1933년 통인동 154번지 필지 분할
1934년 필지 분할된 통인동 154번지 일대에 집장사 집이 지어져 분양
1936년 11월 도쿄로 도일
1937년 2월 일본경찰에 '불령선인'으로 체포
1937년 4월 17일 도쿄제대 병원에서 사망
1937년 6월 10일 미아리 공동묘지에 매장 (이후 유실)
1975년 통인동 154-10번지에 이상을 추억하던 서예가 박분금 씨 매입
1996년 통인동 154-10번지는 이상이 살던 집이 아니라는 경향신문 보도
2003년 1월 김수근문화재단, 사무국장 김원 건축가를 통해 통인동 154-10번지 매입
2004년 9월 통인동 154-10번지 가옥, 이상이 살던 집으로써 등록문화재 지정
2008년 6월 등록문화재 말소
2009년 7월 통인동 154-10번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매입
2010년 6월 (재)아름지기 통해 4명의 건축가가 공동설계 시작
2011년 4월 6일 <이상과의 대화>진행
2011년 6월 1일 이후 현재까지 철거를 앞두고 방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