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IMG_8405
_IMG_8405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요즘 나는 30년이 넘게 살아온 이 도시를 재발견하고 있다. 이 도시는 다소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또한 더 크게 보편적이다.

이 거대한 도시를 디자인이라는 한 가지 포장지로 싸버리려는 힘은 얼마나 무시막지한가. '종 다양성'에서 발견되는 놀라운 가치와 힘이라는 것을 이 도시는 오래전부터 스스로 깨닫고 알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깊고 넓은 생태를 이루며 숨을 쉰다. 내가 보아온 도시가 그다지 많지 않음에도 이 도시가 품고 있는 그 폭과 깊이는 다른 어떤 도시에 비하더라도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인간은 물론 군집생활을 하는 지구상에 있는 인간 외의 종들이 건설한 수많은 도시들을 통틀어 보더라도.

도시는 늪이고 정글이다. 이 곳에 우주식민지 건설에서나 어울릴 콘크리트 더미를 쏟아부을 계획을 세우는 것은 그 생명에 대한 모욕이다. 우린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스스로에 대한 모욕을 헛된 꿈 앞에 눈 감고 귀 닫은 채로 참아왔나. 도시의 삶은 도시와 함께 존중되어야 한다. 도시를 물질로 치부하고 삶을 비물질로 분화시켜서 둘을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늪과 정글을 밀어버리고 그 곳에 살던 생명들을 존중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 수많던 철거의 현장이 지나가고 찾아오던 허무함. 처음의 승리라고 축제를 벌이던 그 두리반 건물과 한옥이 합의의 뒤편에서 힘없이 쓰러져 건축폐기물로 쌓인 광경을 보는 순간에 가슴에 닿던 알 수 없는 소리들. 그것이 진정 도시의 비명이다. 삶의 신음이다.

우리는 도시를 쓰다듬으며 도시에 깃든 수많은 삶과 죽음을 위로하고 존엄을 되살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도시의 미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