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인시범아파트 헐고 수성동계곡 생기느라 철거된 인왕산정 경로당은
청운 경로당 윗층 아랫층 더부살이 몇 해건만
공간을 달라 이야기한 지가 얼마이고
의원님들께 아무렴 그리하마 약속 받은지가 몇 년인가

하나 남은 놀이터 사직단 복원한다고 없앤다더니
놀이터 만들어달라는 부모들에 뜬금없는 세종대왕 기념관 이야기만 늘어놓지 않나 군인아파트 놀이터 가고 싶단 아이와 그 앞에서 실랑이하다가
군인아파트에서 놀이터를 공유한다고 하니
그래도 열어 준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고 있는 것을 구가 모를까 시가 모를까

동네에 골목은 많아도 집 근처 공원 하나가 없는데
그나마 하나 있는 영추문 앞 통의동 마을마당 조차
청와대 경호실이 민간에 소유권을 넘겼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서울시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단 하나 없어지는 것 막겠다니 좋지만 그 하나 조차 없는 곳은 어쩔까

대금 거문고 기타 연주장이 부족해요
전통차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온돌과 한글과 전통 부엌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이 필요해요
재담연희극을 볼 수 있는 한옥 공간이 필요해요

그런 공간이 있으면야 좋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저런 얘기는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런데,
경로당 보다, 놀이터 보다, 근린공원 보다
상촌재가 먼저 들어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방치하고 있던 남향 디귿자 한옥은 싹 헐어버리고
번쩍 거리는 백골집으로 새 건물 기와 올려 들어왔다

한옥 헐고 주차장 하자던 구의원님 말씀에 놀라
한옥보존지역에 한옥 헐 수 없다며
서울시는 냉큼 예산지원을 꺼내들더니
결국에는 한옥 자리를 지킨 셈이긴 한데
경로당도, 놀이터도, 근린공원도 안보이고 한옥만 보이는 모양이다


어째서 주민이 원하는
주민이 필요로 하는
그 많은 종류의 공간들에 대해서는 말 한 마디 없고
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심지어 관광객만 불러모으는 것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봐야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공간만 냉큼냉큼 들어오고 있나

행정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원없이 다 하고
하다가 안되면 구색 맞춰 이것 저것 짜맞춰 집어넣고 마는데
주민들이 니르고져 홇배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펴디 몯핧노미 하니라

세종대왕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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