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근처를 오가다 보면 리틀 브라운은 눈에 잘 띠어도 그 옆에 있는 가게는 눈에 잘 안들어온다. '끼니와 새참'이라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언제부터 석장 짜리 대자보가 붙어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달 23일이었다.


_IMG_2541
_IMG_2541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간판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근래에 서촌이 겪고 있는 변화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자리잡고 있던 가게이다. 이와 비슷한 가게들은 지금 동네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자하문로 양편으로는 바로 옆의 전산소모품 가게 처럼 인쇄용품이나 허름한 옷가게들도 꽤나 있는 편이지만 최근 들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자하문로는 왕복 6차선 도로다. 대로변인 만큼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일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맥락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_IMG_2276
_IMG_2276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전 모롤화점 주인님! 앞으론 법대로 외치시더니 뒤로는 몇십년을 세금포탈하셨더군요. 임대수입이 있으면 반드시 세금신고 하셨어야죠!


_IMG_2280
_IMG_2280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저는 권리금 한 푼 없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참담하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10여년전 2003년 8월 보증금 1300만원 권리시설비 합 4,000만원에 생계를 목적으로 장사를 하면서 임대료 한 번 밀려 본 적 없었습니다. 재계약시 마다 임대료를 올려주어 현재는 월 9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5월 말 경 전 모롤화점 주인은 갑자기 2011.6.9 까지 가게를 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계약기간이 남았으니 계속장사를 하겠다 하였습니다.

그 후로 모롤화점 주인은 제 가게만 임대료를 받으러 오지않고 양쪽 옆가게들만 몰래와서 받아가곤 했습니다. 지난 10여년동안 오로지 현금으로(월 90만원)만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계좌번호는 구경도 못하고 계약서상의 근거로 임대료를 받아 가실것과 계좌번호 보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휴대폰 문자로도 몇 번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 우체국을 통하여 우편환으로 2회에 걸쳐 임대료를 보내니 모롤화점 주인은 임대료를 보내지 말 것과 명도소송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온 것입니다. 모롤화점 주인은 고의로 피하면서까지 임대료 3개월 이상 밀리면 명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만행을 법이라는 잣대에 맞추어 계획적으로 쫓아내려고 온갖 횡포와 수단과 방법을 지금도 자행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3개월 임대료 밀린 원인으로 권리금도 한 푼 없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양자의 이해와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것이겠지만, 일단 대자보의 내용만 봤을 때에는 충분히 억울할 일이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참 고약한 경우다. 앞에서는 '전 모롤화점 주인'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모롤화점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의 주인이 아닌 예전 주인이 당사자가 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지금 모롤화점에 붙어있는 'SINCE 1948'는 주인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근거가 뭘지도 궁금하다.


_IMG_2545
_IMG_2545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왕복 6차선 도로 변에 있는 가게가 재계약 때마다 세를 올려주어서 현재 월 90만원이라면 결코 비싼 세는 아니다. 자하문로 이면에 있는 왕복 2차선 도로변에도 월세로 100만원을 부르는 것이 요즘의 동네 호가인 것을 감안하면 월 90만원은 상당히 싼 편이다. 그렇다고 월세 100을 부르는 자리라고 모두 점포가 입주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 새에 호가는 2배 이상 높아졌지만 실제 그만큼 장사가 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나가고 가게는 비워진 채 건물주도 임대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래의 동네 현황으로 보인다.


새로 가게를 들이는 데 성공한 경우, 건물주는 이득을 본다. 반대로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가게를 뺄 때 받아 낼 권리금 외에는 이익을 보기 힘들어진다. 결국 집주인만 돈을 번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상인들은 내 가게가 아닌 이상에야 열심히 일해서 임대료 올려주고 나면 권리금 밖에 손에 쥘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네에 새로 열리는 가게들 중에는 장사에는 관심 없고 권리금만 노리고 들어온 신선같은 가게들이 많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인심 좋은 재밌는 가게라고 트위터에, 블로그에 자발적으로 광고도 해준다. 작년 가을부터 눈에 도드라지기 시작한 흐름이다. 실제 삼청동과 같은 동네에서 장사는 못해도 권리금만 잘 챙기면 돈 벌어 나오는 경험을 통해 돈버는 법을 배워온 이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세가 뛰고 권리금이 붙다보면 결국 장사하는 사람은 더 이상 자리 잡을 수 없는 동네가 된다. 높은 세와 권리금이 정착된 자리에는 오로지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들어올 수 있다. 그 수익률을 떠받치려면 동네 거주자들로는 부족하다. 삼청동, 인사동 처럼 관광객들, 방문객들이 북적여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사는 동네가 아니어야 한다. 삼청동이 고향이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고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요즘 서촌 사람들은 다들 옆동네 삼청동의 모습을 떠올리며 두려워 한다.


임대료는 올라가고, 못 보던 가게는 늘어난다. 권리금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제 사람 사는 동네는 더 이상 어렵다. 그런 흐름이 '끼니와 새참'에 붙은 대자보에서 읽힌다. 고민은 갈수록 깊어간다.


  1. 서촌토박이 2012.09.23 03:25 신고

    끼니와 새참의 경우 월세가 싼 편이 아닙니다. 3평 밖에 안되는 자리에 90만원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건물 다 세가 엄청 비싸고 권리금도 인정안하고 쫓아보내기에 근근히 버티고 있는 불쌍한 세입자들입니다. 불법증축으로 다닥다닥 상가를 만들어 말도안되는 비싼 월세 받으면서 막대한 시설비를 투자하고도 시설권리금을 못받게하고, 당당하게 내쫓는 곳, 심지어 건물주 본인이 쫓겨난 세입자의 시설권리금도 챙기는 곳, 서촌에 (구)모롤화점과 같은 세입자를 노비쯤으로 생각하는 망나니 같은 악덕 건물주 많습니다. 삼청동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고 아마 삼청동 처럼 변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서촌은 역사적으로 신분도 낮고 못살던 사람들이 대대손손 살아와서 요즘 서촌의 변화에 편승해 원주민들의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억눌려왔던 저신분 저소득층으로 살아왔던 자격지심이 자본주의의 악마성으로 단시간내에 드러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마디로 부동산가치 상승으로 곧 신분상승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게다가 신사가로수, 홍대, 신촌, 북촌, 삼청동 등 흔히 일어나는 건물주의 추악한 모습을 단시간내에 뛰어넘고 있는 곳입니다. 또한, 이러한 위험을 모르고 삼청동 북촌에서 한탕했다는 얘기를 주워듣고 손님없는 가게에서 도도하게 자리차지하고 있는 바보같은 "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짜 선수는 서촌에 건물, 땅 샀지 세입자로 권리금장사 안합니다. 서촌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자본주의 바보, 악마와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볼상 사나운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복궁역 서촌 일대 특히 자하문대로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사기꾼에 가까운 건물주 기생충들이 많으니 조심들 하세요. 아줌마들이 운영하는 중개업소 몇 개는 100% 건물주 편이라 100%당합니다. 쫓겨나는 피해자 급증하고 있습니다. 요주의하세요.

    • 김 한울 2012.09.30 20:30 신고

      지나던 길에 다시 봤더니 '끼니와 새참' 자리는 옆에 있던 '리틀브라운'이 확장하여 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최근 서촌의 변화의 양상을 봤을 때에 상징적으로 읽히는 부분이 있어 적잖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권리금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알만한 분들은 어느 부동산에서 어떻게 부추김을 하고 다니는지 짚고 계시더군요. 저도 동네에 세입자로 살면서 이 동네에 있는 부동산이라면 한 번 쯤 들어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만, 좋은 부동산을 만나는 일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유리창에 붙어있는 대자보를 보고 '끼니와 새참'에 대한 글을 올렸지만, 작년 말부터 바로 얼마전까지 임대인의 욕심과 횡포로 사라진 가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임대인의 욕심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불경기 속에 부동산이 수입을 챙기기 위해 임대인을 현혹시키고 다니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하고요. 앞으로 세입자들은 더욱 힘들질 듯 합니다. 그래서 세입자들이 뜻과 힘을 모은다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 경복궁 2012.10.09 23:56 신고

      리틀브라운도 살인적인 월세로 쫓겨나다시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촌세입자연합 한번 만들어보세요. 악덕부동산업자, 악덕건물주 블랙리스트도 만들고요~^^;

  2. 김 한울 2012.10.26 13:03 신고

    많은 분들이 생각은 하고 있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여러모로 껄끄럽고 어려운 관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임대인의 입장에 서서 영업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임차인이 겪는 문제들에 대한 답은 결국 고립된 임차인 개개인의 문제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당장 리스트를 만드는 일 보다는, 무언가 해답을 고민하고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듯 합니다. 이 글의 comment 에 secret 체크 하시고 비밀글로 간단한 소개와 연락처(e-mail, 핸드폰) 남겨주시면 고민을 나눌 기회를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인동 154-10번지에 서 있는 낡은 한옥 한 채. 그것은 이상(李箱)이 살던 집이 아니라 이상이 떠난 후 땅이 나뉘고 새로 지어진 집이다. 현재 그 대지와 건물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소유하고 있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는 4명의 건축가와 함께 그 집을 허물고 이상을 기념하는 박스형태의 건물을 신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난 지금 현재 상황에서 '터를 기념한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느낀다. 우리는 어떻게 토지를 통해서 누군가 혹은 그 누군가의 무엇을 기념하고 기릴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답, 아무런 유물도 없이 지적도 경계로만 남은 흔적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고민. 그것 없이 어떻게 무언가가 기려지고 기념될 수 있을까.

욕된 유물처럼 지워지는 대지의 기억. 우리가 쓰다듬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용도 폐기되는 것들.. 이상이 떠난 후 그가 그의 인생 대부분을 의탁했던 집이 처했던 운명이 그러하였던 것 처럼 지금 저 이상의 집터 위에 위태하게 걸려있는 집이 처한 또 다른 철거의 운명 앞에서 우리는 두 눈을 더욱 크게 부릅뜨고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끝내 그 처절한 질문 앞에서 누군가 납득시킬만 한 변명이 내어지지 못한다면 난 과감히 저 욕된 자들의 이름 위에 침을 뱉고 말리라


<이상의 집> 관련 이력 보기


관련기사 보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