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문로는 청와대 근처 효자로에서 창의문을 지나 자하문로로 이어집니다. 이 길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조선시대에는 인조반정에서, 또 현대사에서는 일명 김신조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길입니다.



창의문로 구간 / 다음지도


자하문터널 개통으로 교통량이 줄고 한양도성 바로 옆에 있던 청운아파트도 도시경관의 문제로 철거 후 공원화되고 나서는 한층 한적한 길이 되었지만, 2007년 북악산 등산로 개방과 부암동의 유명세로 방문객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시내 한가운데서 조금 비껴 인왕산과 북악산이 풍경을 이루며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 덕분이겠습니다.


지금, 이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길을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관광버스 주차문제입니다.


창의문로의 관광버스 주차행렬 - 2015년 4월 2일 / CC 한울






시작은 2011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 서울과 함께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1200만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대부분 패키지 여행으로 오는 관광객이 급증하며 도심부의 관광버스 통행량도 덩달아 껑충 뜁니다. 이미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하자니 주차하기 바쁘게 다시 관광객을 태우러 가아하니 주차장 이용률도 높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서면 단체로 내리고 다시 버스에 오르는 관광이니 불법주정차를 피하기 위해 관광버스는 하릴없이 시내 도로를 주행해서 시내 교통난은 가중됩니다.



세종로를 차지한 관광버스 행렬 - 2015년 4월 8일 / CC 김한울



이러한 가운데 대안으로 나온 것이 도심부 내의 도로변을 아예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불법주정차 단속을 피하느라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불필요한 교통량을 되도록 줄여보자는 취지였을 것입니다.


[서울경제] 경복궁 주변 불법주정차 관광버스 집중단속 - 2011년 9월 26일

대책에 따르면 시는 경복궁 주변에 주차장 안내팀을 배치해 이 일대에 주정차된 관광버스를 적성동·신문로 노외와 사직로·청와대·창의문로 노상 등 주변 주차장 5곳(116면)으로 분산 주차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한뉴스] 텅 빈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 꽉 막힌 주변도로! - 2011년 11월 17일

관광버스 전용주차장을 두고도 도로변 불법 주차를 하고 있는 관광버스 기사에게 묻자, 경복궁 관광객들은 30분이면 다 보고 나오기 때문에 적선동까지 가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인근 면세점 주변에서 차를 대고 있는 관광버스 기사 역시 불법인 걸 알지만 시간을 맞추려면 일부러 떨어져 있는 전용주차장까지 가서 주차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시의 관광버스 주차 안내 현수막 / CC 김한울



하지만 관광버스는 늘고 주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서울경기케이블TV] 학생 안전 위협하는 관광버스 …근본 대책 없어 - 2016년 10월 18일



횡단보도나 골목길 주변에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으면 길에 합류하는 차량이나 보행자와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이 서로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구간을 정해서 노상주차장을 운영한다지만 노상주차장까지 찾아왔는데 주차공간이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불법주차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청운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창의문로를 이용하는 보행자들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문제를 겪으며 교통안전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상황입니다. 이는 창의문로 뿐만 아니라 다른 노상주차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서울시에서 서울시관광협회에 협조요청을 한 내용을 통해서 창의문로 노상주차장의 문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관광협회] 관광버스 시간제 주차허용구간 관련 안내 - 2015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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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6차선 이상인 자하문로에서도 한 번에 유턴을 하지 못하는 대형 관광버스 - 2013년 5월 6일 / CC 김한울



게다가 정차 중인 관광버스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미세먼지까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시동 켠 경유버스옆 초미세먼지, 10m밖까지 최대 3배 - 2016년 6월 8일

이날 오후 2시 관광객 전세 버스가 많이 몰리는 광화문 사거리 면세점 인근 도로에 전세 버스 여섯 대가 주·정차 중이었다. 공회전 중인 전세 버스 바로 뒤에서 측정기를 켜자 PM2.5 농도가 180~260㎍ 사이를 오르내렸다. WHO 기준보다 7~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측정기는 한 자리에서 최소 5분 이상 측정해야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배기구 뒤에 5분 넘게 서 있었더니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사에 나오는 초미세먼지 수치가 어느정도로 심각한 지 알아보기 위해 경보발령 기준과 예보 기준을 참고해보겠습니다.




미세먼지농도별 예보기준




초 미세먼지 경보발령 및 해제 기준



관광버스가 주정차된 도로변에서 10m 이내에선 최소 '주의보 예비단계' 수준의 초미세먼지 수치가 측정된 셈이고, 예보기준에서도 '장시간 실외 활동 가급적 자제' 수준으로 확인됩니다.


특히 집회나 시위가 있는 경우,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의 경우에도 청와대 주변으로 경찰버스로 차벽을 둘러싸는 경우가 흔합니다. 겨울이면 난방 때문에, 여름이면 냉방 때문에 시동을 켜두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경찰버스와 관광버스가 한꺼번에 도로에 나오면 그 불편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버스 차벽과 관광버스로 두 차선이 꽉 막힌 자하문로 - 2014년 6월 28일 / CC 김한울




경찰버스가 모자라 일반 버스를 빌려 도로변에서 승하차하는 경찰 - 2014년 5월 17일 / CC 김한울



도로변 관광버스 주차로 인해 보행자와 차량 승차자 모두 답답한 차벽에 풍경을 빼앗겨 버리는 것은 도시미관의 문제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바라는 '걷고싶은 도시'가 인도 한켠이 버스 차벽으로 꽉 막힌 도시일 리는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대형 관광버스 일렬주차로 시야가 막혀버린 자하문로 보도 - 2013년 8월 27일 / CC 김한울



관광버스 문제를 푸는 해법을 주차장 확보나 노상주차장 확대 등에서 찾아서는 더 복잡한 문제만 만들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대형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 관광 일색으로 서울 관광이 획일화되어버린 문제를 같이 풀어야 합니다. 단체 관광객이 전세버스 대신 대중교통이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거나 단체 관광을 지양할 수 있는 유도책을 고안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물론 무분별한 경찰버스 차벽 설치와 주정차 문제도 함께 근본적인 해결이 모색되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과 경찰의 행정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기대하기가 어려워보입니다.


[국민일보] 서울경찰, 도심 관광버스 주차 허용 확대 - 2014년 11월 19일

경찰은 종로구 새문안로2길에 8대 주차를 새로 허용하고, 용산구 한남광장 교차로와 중구 숭례문 초입에는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을 설치한다. 중구 세종대로와 종로구 창경궁로는 모든 차량에 대해 주차를 허용하던 것을 관광버스 전용으로 바꾼다. 종로구 창의문길 및 사직로 등 2곳은 주차허용 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 등 교통 무질서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광버스 주차 특혜에 가까운 관광버스 주차장 확보에만 매진하고 있고,


[아주경제] "외래 관광객 2000만 시대 열자" 서울시-관광업계 ' 의기투합 - 2015년 8월 31일

서울시와 관광업계가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서울시는 별다른 문제 해결책 마련 없이 이젠 관광객 2000만을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6.5.19.



'‪#‎옥바라지‬ 골목'은 '잠재 문화재를 ‪#‎아파트‬ ‪#‎재개발‬ 을 위해 철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몰가치한 재개발과 이를 재대로 제어할 의지를 가지지 않는 (중앙, 시, 구) 정부의 문제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현장 방문 영상으로 이 문제는 '박원순 리더십'으로 완전히 뒤집어져버렸다. '현장 방문으로'가 아니라 '현장 방문 영상으로'라고 적은 것은 이 호통과 선언 이후로도 철거반은 여전히 현장을 휘젓고 다녔고 서울시는 '아니, 그게 아니고..'라는 의미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만큼 현실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오후 연대하는 이들은 옥바라지 골목 쫓겨난 길바닥에 천막을 치고 잠을 청했다. 언제 다시 부지불식간에 깡그리 철거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종일 지속되었고 서울시는 시장의 호통을 공문으로 작성해서 철거 중단의 근거로 제시하는 일을 몹시 게으르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박원순 시장 현장 방문 이후 ‪#‎서울시‬ 의 공식 입장 발표이다.

‪#‎무악동‬ 주민은 그 동안 직접 면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을 외면해 온 박원순 시장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실무자들은 구청에서 시청으로 시청에서 구청으로 줄곧 공을 떠넘겨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이 있다. '박원순'이 아니라 '옥바라지 골목'과 '싸워 온 이들'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박원순'을 헹가레치는 사이 옥바라지 골목 쫓겨난 주민들은 여전히 다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길바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 강제퇴거 조치(“옥바라지 골목”) 관련 서울시 입장


오늘 오전 6시 40분경,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 측이 행한 강제 퇴거 조치에 대해 재개발을 반대하는 비상대책 주민위원회 관계자들이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 강제 집행이 이뤄졌음.

이번 강제 집행은 무악 2구역 재개발 지구 재개발사업조합이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후 주민들에게 11일까지 자진 퇴거를 요청하는 강제집행 예고장을 보냈고 주민들은 퇴거 조치 자체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사항임.

※ 강제집행을 단행한 무악2지구 재개발 시행사는 ‘무악2구역재개발조합’ 
(시공사 : 롯데건설, 약 1만㎡에 아파트 195가구 신축 예정)

오늘 박원순 시장은 무악2구역 재개발 지구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과의 마찰 등 불상사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음. 이후 오전 11시 40분경 현장을 방문, 비대위 관계자 및 주민들과 면담을 가졌으며 과정에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이 공사는 없도록 하겠다. 제가 손해 배상을 당해도 좋다”고 말한 바 있음. 이것은 사업 자체를 중단한다는 것이 아닌, 당장 철거를 중단하고 합의 없이는 더 이상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임.

서울시는 이미 2013년 2월,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대책에 원칙을 정한 바, 그 주요내용은 정비사업 현장에서 세입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주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이 함께 하는 사전협의체를 5번 운영하고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비사업 분쟁조정위원회를 가동해 원만한 타협 속에서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임.

이는 8년 전 전면적 강제철거로 인해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 된다는 박원순 시장의 철학과 일관된 도시재생 원칙에서 비롯된 것임.

금번 무악2지구 역시 사전협의체를 5번 중 3번 개최한 상황이었음. 서울시는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철거유예공문 또한 종로구청에 4차례, 롯데건설에 한 차례 보냈고, 종로구부구청장, 조합장 3회의 면담 및 롯데건설 본사 방문도 실시한 바 있음.

금일 현장에서 박원순 시장이 발언한 내용은 재개발 사업의 절차와 권한에 대해 관계법에서 정한 절차를 넘거나 위반하는 차원이 아니라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서울시의 도시개발 원칙을 재천명한 것으로, 향후 이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임.


2016. 5. 17(화) 서울특별시



http://factoll.com/page/news_view.php?Num=3206


  1. 1 2016.08.23 23:26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시가 '경복궁 서측 지구단위계획구역 개발행위허가제한(안)'을 가결시키면서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골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한옥지정구역 건폐율 60% → 70%

● 건축물 높이 16m 이하로 제한

● 비주거용도 건축물 신.증축 금지

● 주택을 음식점으로 바꾸는 용도변경 금지(젠트리피케이션 억제)


용도변경 금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억제 보다는 상업화 억제라고 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세세한 결정 사항을 따져 볼 일이긴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는 환영할 만 한 일입니다.


저는 지난 수개월 동안 이 안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서울시청 쪽에서 자문의뢰를 받아 안을 검토하는 협의회의에 수차례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개진한 의견이 상당수 받아들여진 점에서는 무척 기쁜 마음입니다. 이 대책으로 더 이상 폐지줍는 노인분들을 비롯한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 오래 정붙이고 살아온 동네를 떠나는 일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랄 따릅입니다.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억제하고 도심 주거 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는 주거 공간의 공급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의 주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면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인구를 만회하기 위해 새로 유입되는 주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주공간 확대 방안을 함께 관철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과 대책의 맥락은 사실 종로 전지역에 일괄 적용이 시급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서촌 지역에 특화된 것들이기에 각 지역에 따라 상당부분 조정이 되어야 하겠지만, 상업화에 토박이들이 밀려나는 일을 방지하고 거주 인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가상승을 억제하거나 상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종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대동소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서촌의 매동초등학교는 물론이고 북촌 일대의 재동초등학교와 교동초등학교도 학생수 감소로 폐교 혹은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여러 해 전입니다. 단순히 인구가 감소하니 그에 맞춰 공공 인프라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인구가 감소하는 원인을 찾고 그에 맞춰 인구 유지 혹은 확대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종로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의 (동문이기도 한) 학부모님들이 폐교 혹은 통폐합을 막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이들 학교는 설립년도가 각각 1894년(교동초), 1895년(매동초, 재동초)입니다. 지금까지 역사유산은 늘 박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들 학교는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이 매일 등하교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역사유산인 셈입니다.


살아있는 역사유산인 종로가 그 역사를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종로 전역에 '제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지원'하는 대책까지 잘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 해당 기사

[한겨레]서울 서촌 한옥마을 상업화 일단 제동 - 2015.2.5.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676979.html

서촌 에서 수십년 삶을 일궈 온 파리바게뜨‬ 효자점과 ‎인영사‬ 세탁소는 맘 편히 장사하라는 이웃집 건물주에 의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강제집행을 위해 새벽 5시부터 용역들이 대기했습니다.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맘상모‬ 회원들과 ‎노동당‬ 당원들은 밤새 가게를 지켰습니다.



몸으로 밀어내고, 사지를 들어내는 용역들에 맞서 끈질기게 싸웠지만 용역 안에 있는 사람들에 아랑곳없이 망치로 벽과 창을 부수고 들이닥쳤습니다. 벽을 내리치는 망치에 노동당원은 들것에 실려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버티고 버텼습니다. 이렇게 수십년 지켜온 삶터, 가족 모두의 생계가 걸려있는 생존의 보루에서 맨손 맨몸으로 쫓겨나갈 수는 없다는 각오로, 여기서 물러서면 끊임없이 쫓겨나고 밀려날 수 밖에 없음을 아는 이웃들의 연대로 함께 동트는 하늘을 맞았습니다.



집행관도 더 이상 어렵다 하고 용역들도 더 이상은 무리하고 하는데 강제집행을 맡겨놓고 부산에 내려갔다는 건물주는 계속 '강제집행! 강제집행! 강제집행!'을 외쳤다 합니다.



결국 5시간이 넘는 밀고 밀리는 싸움 끝에 건물주는 협상에 임했고 긴장감이 팽팽하던 현장은 순간 물과 먹을 것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건물주는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쫓아낸다도 했다 합니다. 하지만 건물주도 그 자녀들도 현장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당벌이 용역들과 연대의 끈으로 단단히 엮인 당원들이 서로 대치했습니다.


부만 가진 것이 아니라 뻔뻔함도 가졌습니다. 부만 가질 게 아니라 염치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되찾는 협상은 아니어도 타협을 이뤘고, 쫓겨나지 않기 위한 싸움은 삶의 종자를 지켜냈습니다.



그 동안 땀 흘리는 사람들이 늘 양보해왔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늘 잃고 빼앗겼습니다. 가진 이들은 늘 양보받았고 땀으로 일군 풍요를 독차지했습니다.


이제 더는 빼앗기지 맙시다. 더는 쫓겨나지 맙시다. 정당한 몫을 당당하게 찾읍시다. 삶을 되찾읍시다.


노동당이 함께합니다.


* [서울시당 논평] 서촌 '상가임차인 약탈', 다시 시작된 야만의 강제집행을 규탄한다



http://seoul.laborparty.kr/925

2009년 오늘이었습니다. 출근길에 뉴스를 통해 전해지던 현장에서는 세입자의 목숨이 불길 속에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입을 열면 김이 나던 추운 날씨에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아야 했던 분들을 생각하면 목이 메어 옵니다.


7년 전의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석기와 서울시장 오세훈은 경주와 종로에서 20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로에는 통영생선구이, 파리바게뜨 효자점, 인영사, 아랑졸띠가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채 쫓겨났거나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이웃들은 일일이 꼽을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우리 곁에 많습니다.


7년이 지난 오늘, 모스크바 보다 춥다하는 날씨에도 내자동 통영생선구이 앞과 통인동 파리바게뜨 효자점 건물주의 사무실 앞에서는 쫓겨나지 않겠다는 외침이 차가운 하늘 위로 울려 퍼졌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용산으로부터 배우지 못했습니다. 다섯 목숨을 앗아간 저 뜨거운 불길처럼 뜨거운 싸움으로 2016년 1월의 추위를 녹여야만 하는 평범한 상인들과 세입자들의 처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빼앗기고 쫓겨나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 더 이상 소리없이 빼앗기고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일 한 만큼 풍요로운 세상, 소유로 노동을 진압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손발을 묶어놓는 혹독한 추위에도 여전히 뜨거운 7년 전의 남일당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2016.1.20.



강제집행에 맞서 가게를 지키고 있는 통영생선구이와 함께 가게를 지키고 계신 동신미곡상회 사장님



금천교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 중 하나인 동신미곡상회의 모습



2년 전, 쫓겨나지 않기 위해 싸워서 상생을 이룬 청진동 신신원 신금수 사장님의 언론 인터뷰

강제집행 위기에 있는 파리바게뜨 효자점과 인영사 세탁소의 건물주 부부가 경영하는 삼화공영(참여연대 건물 맞은 편) 사무실 앞에서의 집회



2009년 1월 20일 아침, 용산구 남일당 옥상의 망루가 불타는 가운데 컨테이너로 진압에 나선 경찰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 최광모 CC BY-SA 4.0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유족분들의 천막이 세워져 있던 때, 외국인 관광객들도 관광버스를 연무관 앞에 세우고 들머리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데, 세월호 유족분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천막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분들이 모두 안산으로 내려가시던 날, 잠시 지킬 이 없는 천막을 지키러 동네의 이웃분들과 함께 천막을 찾았습니다. 리본을 만들고 이야기 나누다가 천막 바깥에 붙어있던 현수막을 바라보았습니다. 자하문로 달리는 차들 곁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현수막을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는 분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한 명 한 명을 영상으로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얼굴을 다 담고 나니 영상의 길이만 12분 51초가 되었습니다. 희생자의 숫자만으로는 쉽게 느껴지지 않은 아픔의 무게가 더욱 있는 그대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이 영상을 보고 아픔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이 곳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소개하며 잊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꼭 밝혀내겠다는 약속 지키자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살아남은 우리에겐 그래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통인시장에서 수성동계곡을 잇는 옥인길을 걷다가 가슴이 철렁한 장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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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9498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3층 바닥면에 있던 콘크리트가 녹슨 철근이 팽창하며 생긴 균열로 인해 공중에 매달려있다가 한꺼번에 떨어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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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9500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건물 바로 앞에서 올려다 본 모습은 더욱 아찔하다. 건드리지 않아도 후두둑 떨어져 내린 콘크리트 덩어리들이니 아직 미처 떨어지지 못하고 옆에 불안하게 붙어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들은 또 언제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때에 무너져 내려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군다나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떨어진 바로 옆으로는 아이들이 오가는 출입구가 배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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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9502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노후건물이 많은데다 체계적인 노후건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서촌의 특성 상 위태위태한 건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한옥의 경우 큰 비가 쏟아질 때에 지붕이 주저앉는 경우는 최근 몇 년 간 해마다 두 세 건 씩 일어나곤 했을 정도다.


하지만 한옥에 비해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은 노후건물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한국일보, SBS, tbs 등 언론에서 서촌의 노후건물을 취재할 때에도 늘 관심은 한옥에만 맞춰져 있었고 한옥 외의 건물이 언급된 경우는 예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니 일반의 관심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예에서 보듯 대부분 복층 구조를 가진 콘크리트 건물의 노후에 따른 문제는 단지 구조안전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건물관리를 꼼꼼히 하는 건물주가 드문 풍토에서 철근 부식으로 인한 콘크리트 박리나 외장재의 이탈 추락으로 인한 인명피해의 가능성은 서촌에서 만큼은 가능성 수준이 아닌 현실적인 위협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겨울, 통인시장 동측 입구에 있는 효자아파트(통인아파트) 입구 5층 외벽에 붙어있던 대리석이 새벽4시 경 추락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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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5403 by Kim Hanwoo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 사진은 대리석 외장재 한 장이 추락한 후에 건물 꼭대기를 두른 대리석을 모두 제거하고 콘크리트를 바른 모습. 하지만 다른 외장재들은 안전하게 붙어있는 것인지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어 아파트 거주민은 물론 시장 통행인의 보행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바닥에 깨져있는 두꺼운 대리석 조각이 5층 꼭대기에서 떨어져 산산조각났으니 한동안 돌 부스러기라도 또 떨어지지 않은까 노심초사하며 건물 입구를 드나들 수 밖에 없었지만, 잠시 길을 오가는 이들로서 이러한 문제를 알기도 어렵고 대책을 요구하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더더욱 요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건물 관리 책임을 가지고 있는 이가 책임의식으로 가지고 안전 문제를 신경쓰고 노후건물을 관리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어느 순간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의 지원이나 대책이라는 것은 한옥지원금 지급이나 지난해 구청에서 효자아파트(통인아파트)에 도색비용을 지원한 것이 고작이다. 거주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안전을 먼저 살펴보고 그 후에 잘 정돈되고 꾸며진 외관을 챙기는 것이 순서일텐데, 안전 문제 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만 신경쓰는 듯 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서울성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오늘로부터 정확히 3년 전인 2009년 9월 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유네스코의 자문기관인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관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서울성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열린 심포지엄이었다.


그 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임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였지만 서울성곽 복원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만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성곽 순성을 하며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민이 최우선임을 강조하며 형식적인 복원은 없을 것이라 한 것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박원순, "형식적인 서울 성곽복원 없다" - 서울문화투데이 (2012.1.31.)


성곽 구간에 따라서는 기존의 험준한 바위지형을 성벽 삼아 인공적인 성곽 축조를 생략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의 성곽 복원은 기존의 구간과 형태에 대한 고증이 얼마나 정확히 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왕산 정상부까지 복원이 완료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성곽 복원의 현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하지만 서촌에서의 일상에서 바라보게 되는 풍경 중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서울성곽 복원이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다. 서울성곽 복원이 그저 고개를 끄덕일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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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능선 너머로 북한산이 보이는 자하문로 풍경 / _IMG_3289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태풍이 지나가고 비교적 청명하던 날씨에 북악산 서쪽 능선으로 구름 그림자가 져있다. 자세히 보면 북악산 녹지선이 수평에 가깝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다가 화면 가운데에서 갑자기 움푹 패여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누런 흙과 파란색 유실방지 덮개가 도드라지는 곳이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이다.


북악산은 14세기 말 조선이 건국된 후, 한양이 새로운 도읍으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풍수지리 상 주산이 된 산이다. 바로 이 북악산을 중심으로 동쪽의 좌청룡이 대학로 뒷편의 낙산이고, 서쪽의 우백호가 서촌을 감싸고 있는 인왕산이며, 주산을 마주한 목멱산이 남산이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북악산은 백악산이라는 옛 이름으로 명승 67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위의 사진을 부분 확대한 사진이다. 사진 가운데로 펜스가 쳐진 가운데 흙이 파헤쳐진 모습이 보인다. 궁정동에서 창의문로를 따라 자하문으로 올라가는 길의 오른편에 위치한 문제의 공사현장이다. 빌딩 창문 밖으로 북악산이 보이는 정동의 빌딩 창가에서도 눈엣가시처럼 시야를 괴롭히는 이 현자은 다름아닌 군부대 막사 신축 공사 현장이다. 언론 보도를 잠시 살펴보자.


환경단체 “북악산 군 막사, 명산·유산 훼손” - 경향신문 (2012.02.09.)



복원의 가면을 쓴 개발의 그림자

북악산에 군 막사를 신축하는 것과 서울성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의 관련은 보도에도 나와있다시피 막사 신축에 대한 수도방위사령부 측의 설명에서 발견된다. 옛 막사가 성곽과 가까운 까닭에 최대한 먼 곳에 신축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 그것이다.


서울 성곽을 복원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는 것은 600년 도읍인 서울의 역사를 알리고 자부심을 갖자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 성곽이 둘러싸고 있는 정작 중요한 도읍 자체의 경관은 성곽 복원 사업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공사현장은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등 여러 전문성 있는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꾸준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성곽의 '복원'이 또다른 얼굴의 '개발'로 다가오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인 셈이다.


복원을 하더라도 개발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개발주도형 복원이 우리 사회의 한계인 것일까. 매일같이 올려다보게 되는 북악산 군 막사 신축 현장을 보며 되새기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 7월 11일, 수성동 계곡 복원 준공식이 열렸다. 취재 카메라는 곳곳에서 돌아가고 현장을 소개하는 기자들은 바윗돌 사이를 겅중거리며 뛰어다녔다. 준공식을 앞둔 계곡 입구에는 의자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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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동 계곡 준공식 현장을 취재중인 KBS 카메라 / _IMG_0471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수성동 계곡은 물 흐르는 소리가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평대군의 비해당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어느 위치에 어떤 모습인지는 전혀 확인된 바 없다. 다만 겸재 정선이 당시 '장동'이라 불리던 서촌 일대의 풍경을 그린 장동팔경첩 중 일경이 기린교가 놓인 수성동 계곡을 배경으로 한 까닭에 그 옛모습을 되짚어볼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은 수성동계곡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처음 옥인아파트 철거계획이 나올 당시에는 수성동 계곡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서울 용강·옥인동 시범아파트 철거 (뉴시스, 2007년 12월 7일)


옥인아파트 철거가 결정된 것은 지금 '윤동주 시인의 언덕' 자리에 있던 청운아파트가 철거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서울시는 1997년에 '시민아파트 정리계획'을, 2002년에 '노후 시민아파트 정리 특별대책'을 수립하는데, 옥인아파트는 그 다음 순서로 추진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르네상스 사업 중 내사산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철거가 결정된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에 이어 청계천 상류를 복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도 고려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재미있는 것은 보도에도 나와있듯 노후한 건물 탓에 철거됐던 청운아파트와는 달리 옥인아파트는 인왕산 녹지의 일부를 침범하고 있는 것이 철거의 주된 이유였다. 역시 어디에서도 수성동 계곡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인왕산 도시자연공원 추진이 전환을 맞게 된 것은 기린교의 발견이었다. 철거 계획이 나온지 2년이 다 되어가던 가을에 갑자기 옥인 아파트 옆 계곡에서 조선시대 돌다리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조선시대 돌다리 발견 (연합뉴스, 2009년 9월 14일)


보도 사진에서 보다 시피 다리 위로 시멘트가 덮이고 양 옆으로는 철제 난간이 박혀진 채 40년 가까이 잊혀져 있던 기린교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다리는 겸재 정선의  수성동 계곡 그림에 그려진 모양과 위치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고, 다음 해에 수성동 계곡을 복원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 하지만, 기린교임을 명백히 확인시켜주는 사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재에도 기린교의 공식 명칭은 '돌다리'에 머물고 있다.)


옥인아파트 40년만에 철거, 수성동 계곡 살린다 (매일경제, 2010년 9월 15일)


촛점은 인왕산 녹지를 침범하고 있는 옥인아파트가 아니라, 수성동 계곡을 가리고 있는 옥인아파트로 옮겨갔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수성동 계곡과 돌다리를 서울시기념물로 지정하는데, 수성동 계곡은 서울시 기념물 중 최초의 자연물이라는 기록을 얻게 된다. 그렇게 공원 조성사업은 문화재 복원사업으로 방향을 틀게 되고 공원과 문화재라는 다소 낯설은 조합 안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버스정류장 근처를 오가다 보면 리틀 브라운은 눈에 잘 띠어도 그 옆에 있는 가게는 눈에 잘 안들어온다. '끼니와 새참'이라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언제부터 석장 짜리 대자보가 붙어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달 2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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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2541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간판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근래에 서촌이 겪고 있는 변화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자리잡고 있던 가게이다. 이와 비슷한 가게들은 지금 동네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자하문로 양편으로는 바로 옆의 전산소모품 가게 처럼 인쇄용품이나 허름한 옷가게들도 꽤나 있는 편이지만 최근 들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자하문로는 왕복 6차선 도로다. 대로변인 만큼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일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맥락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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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2276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전 모롤화점 주인님! 앞으론 법대로 외치시더니 뒤로는 몇십년을 세금포탈하셨더군요. 임대수입이 있으면 반드시 세금신고 하셨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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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2280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저는 권리금 한 푼 없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참담하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10여년전 2003년 8월 보증금 1300만원 권리시설비 합 4,000만원에 생계를 목적으로 장사를 하면서 임대료 한 번 밀려 본 적 없었습니다. 재계약시 마다 임대료를 올려주어 현재는 월 9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5월 말 경 전 모롤화점 주인은 갑자기 2011.6.9 까지 가게를 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계약기간이 남았으니 계속장사를 하겠다 하였습니다.

그 후로 모롤화점 주인은 제 가게만 임대료를 받으러 오지않고 양쪽 옆가게들만 몰래와서 받아가곤 했습니다. 지난 10여년동안 오로지 현금으로(월 90만원)만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계좌번호는 구경도 못하고 계약서상의 근거로 임대료를 받아 가실것과 계좌번호 보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휴대폰 문자로도 몇 번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 우체국을 통하여 우편환으로 2회에 걸쳐 임대료를 보내니 모롤화점 주인은 임대료를 보내지 말 것과 명도소송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온 것입니다. 모롤화점 주인은 고의로 피하면서까지 임대료 3개월 이상 밀리면 명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만행을 법이라는 잣대에 맞추어 계획적으로 쫓아내려고 온갖 횡포와 수단과 방법을 지금도 자행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3개월 임대료 밀린 원인으로 권리금도 한 푼 없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양자의 이해와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것이겠지만, 일단 대자보의 내용만 봤을 때에는 충분히 억울할 일이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참 고약한 경우다. 앞에서는 '전 모롤화점 주인'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모롤화점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의 주인이 아닌 예전 주인이 당사자가 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지금 모롤화점에 붙어있는 'SINCE 1948'는 주인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근거가 뭘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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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2545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왕복 6차선 도로 변에 있는 가게가 재계약 때마다 세를 올려주어서 현재 월 90만원이라면 결코 비싼 세는 아니다. 자하문로 이면에 있는 왕복 2차선 도로변에도 월세로 100만원을 부르는 것이 요즘의 동네 호가인 것을 감안하면 월 90만원은 상당히 싼 편이다. 그렇다고 월세 100을 부르는 자리라고 모두 점포가 입주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 새에 호가는 2배 이상 높아졌지만 실제 그만큼 장사가 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나가고 가게는 비워진 채 건물주도 임대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래의 동네 현황으로 보인다.


새로 가게를 들이는 데 성공한 경우, 건물주는 이득을 본다. 반대로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가게를 뺄 때 받아 낼 권리금 외에는 이익을 보기 힘들어진다. 결국 집주인만 돈을 번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상인들은 내 가게가 아닌 이상에야 열심히 일해서 임대료 올려주고 나면 권리금 밖에 손에 쥘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네에 새로 열리는 가게들 중에는 장사에는 관심 없고 권리금만 노리고 들어온 신선같은 가게들이 많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인심 좋은 재밌는 가게라고 트위터에, 블로그에 자발적으로 광고도 해준다. 작년 가을부터 눈에 도드라지기 시작한 흐름이다. 실제 삼청동과 같은 동네에서 장사는 못해도 권리금만 잘 챙기면 돈 벌어 나오는 경험을 통해 돈버는 법을 배워온 이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세가 뛰고 권리금이 붙다보면 결국 장사하는 사람은 더 이상 자리 잡을 수 없는 동네가 된다. 높은 세와 권리금이 정착된 자리에는 오로지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들어올 수 있다. 그 수익률을 떠받치려면 동네 거주자들로는 부족하다. 삼청동, 인사동 처럼 관광객들, 방문객들이 북적여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사는 동네가 아니어야 한다. 삼청동이 고향이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고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요즘 서촌 사람들은 다들 옆동네 삼청동의 모습을 떠올리며 두려워 한다.


임대료는 올라가고, 못 보던 가게는 늘어난다. 권리금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제 사람 사는 동네는 더 이상 어렵다. 그런 흐름이 '끼니와 새참'에 붙은 대자보에서 읽힌다. 고민은 갈수록 깊어간다.


  1. 서촌토박이 2012.09.23 03:25 신고

    끼니와 새참의 경우 월세가 싼 편이 아닙니다. 3평 밖에 안되는 자리에 90만원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건물 다 세가 엄청 비싸고 권리금도 인정안하고 쫓아보내기에 근근히 버티고 있는 불쌍한 세입자들입니다. 불법증축으로 다닥다닥 상가를 만들어 말도안되는 비싼 월세 받으면서 막대한 시설비를 투자하고도 시설권리금을 못받게하고, 당당하게 내쫓는 곳, 심지어 건물주 본인이 쫓겨난 세입자의 시설권리금도 챙기는 곳, 서촌에 (구)모롤화점과 같은 세입자를 노비쯤으로 생각하는 망나니 같은 악덕 건물주 많습니다. 삼청동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고 아마 삼청동 처럼 변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서촌은 역사적으로 신분도 낮고 못살던 사람들이 대대손손 살아와서 요즘 서촌의 변화에 편승해 원주민들의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억눌려왔던 저신분 저소득층으로 살아왔던 자격지심이 자본주의의 악마성으로 단시간내에 드러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마디로 부동산가치 상승으로 곧 신분상승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게다가 신사가로수, 홍대, 신촌, 북촌, 삼청동 등 흔히 일어나는 건물주의 추악한 모습을 단시간내에 뛰어넘고 있는 곳입니다. 또한, 이러한 위험을 모르고 삼청동 북촌에서 한탕했다는 얘기를 주워듣고 손님없는 가게에서 도도하게 자리차지하고 있는 바보같은 "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짜 선수는 서촌에 건물, 땅 샀지 세입자로 권리금장사 안합니다. 서촌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자본주의 바보, 악마와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볼상 사나운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복궁역 서촌 일대 특히 자하문대로변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는 사기꾼에 가까운 건물주 기생충들이 많으니 조심들 하세요. 아줌마들이 운영하는 중개업소 몇 개는 100% 건물주 편이라 100%당합니다. 쫓겨나는 피해자 급증하고 있습니다. 요주의하세요.

    • 김 한울 2012.09.30 20:30 신고

      지나던 길에 다시 봤더니 '끼니와 새참' 자리는 옆에 있던 '리틀브라운'이 확장하여 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최근 서촌의 변화의 양상을 봤을 때에 상징적으로 읽히는 부분이 있어 적잖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권리금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알만한 분들은 어느 부동산에서 어떻게 부추김을 하고 다니는지 짚고 계시더군요. 저도 동네에 세입자로 살면서 이 동네에 있는 부동산이라면 한 번 쯤 들어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만, 좋은 부동산을 만나는 일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유리창에 붙어있는 대자보를 보고 '끼니와 새참'에 대한 글을 올렸지만, 작년 말부터 바로 얼마전까지 임대인의 욕심과 횡포로 사라진 가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임대인의 욕심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불경기 속에 부동산이 수입을 챙기기 위해 임대인을 현혹시키고 다니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하고요. 앞으로 세입자들은 더욱 힘들질 듯 합니다. 그래서 세입자들이 뜻과 힘을 모은다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 경복궁 2012.10.09 23:56 신고

      리틀브라운도 살인적인 월세로 쫓겨나다시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촌세입자연합 한번 만들어보세요. 악덕부동산업자, 악덕건물주 블랙리스트도 만들고요~^^;

  2. 김 한울 2012.10.26 13:03 신고

    많은 분들이 생각은 하고 있지만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여러모로 껄끄럽고 어려운 관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임대인의 입장에 서서 영업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임차인이 겪는 문제들에 대한 답은 결국 고립된 임차인 개개인의 문제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당장 리스트를 만드는 일 보다는, 무언가 해답을 고민하고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듯 합니다. 이 글의 comment 에 secret 체크 하시고 비밀글로 간단한 소개와 연락처(e-mail, 핸드폰) 남겨주시면 고민을 나눌 기회를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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