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오후 3시 종로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서촌주민-종로구의회 100분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말씀을 정리하여 전합니다.


간담회에 앞서, 안재홍 종로구의원(삼청 부암 평창 가회)은 종로구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마련한 자리임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경점순, 배효이 의원(모두 청운효자, 사직, 무악, 교남)은 시간 관계상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재홍 의원의 양해 부탁 말씀이 있었습니다.


참석자의 입장을 순서대로 듣는 전후로 안재홍 의원이 입장을 밝혔고, 이후 간략히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한 간담을 덧붙여 진행했습니다. 참석자의 발언 내용에 앞서 안재홍 의원의 입장을 먼저 요약하겠습니다.



안재홍 의원 입장

1.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종로구의 준비가 부족함

- 지상부 사업의 효과는 긍정적으로 보이나 지하부 사업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문제제기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구청은 이에 대한 충분히 해명할 수 있어야 함

-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주차면 일부를 확대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함

- 사업으로 인한 보도확장 효과와 지하주차장 건설의 비용편익분석 필요 있음

- 해당 예산을 다른 방법으로 집행했을 때의 효과와도 비교분석 필요 있음

- 과업지시서 상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부분 보충되어야 함

- 2013년 조사 내용이 4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한지 확인할 필요 있음

- 이상에 따라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유일무이한 문제 해법인지는 의문인 상황임

2. 소수 반대가 있을 경우에도 사업진행에 대한 판단의 여지가 있을 것이나, 본 건은 나아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의원 본인의 결론임

3. 주민 의견을 민원으로 종로구청, 종로구의회 의원에 전달해주기 바람



아래에는 간담회에서의 참가자 발언을 종합 요약 정리했습니다. 읽고 이해하시기 쉽도록 문장식으로 서술했습니다.

* 여러 참가자의 내용을 종합하다보니 일부 내용에서는 다소 자연스럽지 않거나 다른 맥락의 내용이 병존할 수 있습니다.



간담회 전체 요약


1. 사업 타당성


주민 주차공간 확대는 최대 30면에 불과한 공사에 400억 가까운 예산 투여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구청의 자료만으로는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인지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예산(국비 50억4천, 시비 149억, 구비 200억)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재검토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투자적격심사 비교대상이 되는 기존 주차면 확보 예산의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도확장 위해 없어지는 주차장을 지하에 건설 할 경우, 보도확장의 효과와 지하주차장 건설의 비용편익분석도 필요합니다.



2. 지하주차장 건설을 전제로 한 구청의 억지근거 제시


주민설명회 발표자료를 보면, 지하주차장 진출입로 실사모형시험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지하주차장의 진출입로와 램프는 경사면입니다. 경사지에 대한 실사모형시험을 평지인 탄천물재생센터 운동장에서 진행한 것은 실효성이 크게 의심됩니다.


종로구청은 필운대로 양방통행으로 지상주차면을 전부 삭제했을 때를 기준으로 주차면수 감소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방통행은 여러 안 중 하나일 뿐이며, 이 역시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줄어드는 주차면을 무리하게 확대하여 지하주차장의 필요성을 부풀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발표자료를 보면, 2013년 주민여론조사 결과 주차장 이용이 가장 불편하다는 응답(35.4%)에 비해 주차장 확보보가 가장 우선이라는 응답(21%)이 적습니다. 이 차이는 주차장 확보의 시급성이 다른 사안에 비해 떨어진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되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을 사업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합당하지 않습니다.



3. 사업의 우선순위 문제


지역 주민들에게 주차 불편은 이미 익숙한 문제입니다. 이주자에 대해서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부터 기본적인 안내사항이기도 합니다. 


종로구청은 노인정, 놀이터 등 더욱 시급한 타 시설의 확보에는 미온적입니다. 기존 시설의 불편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시설이 줄어들고 있는 데에는 종로구청의 다른 사업이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직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어린이도서관 등 교육시설이 위치하고 있지만 규제 이전에 들어섰다는 이유로 숙박업소가 영업 중입니다.


이처럼 정작 가장 시급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차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4. 지상부-지하부 사업 효과 상충


보행 편의를 위한 정비사업의 취지로 시작된 사업입니다. 여기에 지하주차장이 추가되며 사업이 확대됐습니다. 기본적으로 보행권 강화를 위해 지하에 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심지어 지하주차장 건설로 인해 지상에는 엘리베이터, 계단, 환기구, 배전시설 등이 추가되며 보행 편의에 있어서 지금에 비해 나아지는 것이 있는지 의문인 상황입니다. 보행이 불편한 넓은 보도만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지하주차장은 관광 방문 차량 집중을 대비한 사업으로 차량 통행량 증가시키는 사업입니다. 수직시설물이 지상의 사업목표를 훼손하고 차량 통행량을 증가시키는 면에서 지상부의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과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건설은 사업의 목표가 상호충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운대로 안에서 사업의 일관성을 우선 확보해야합니다. 이런 점에서 과연 해당 사업이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을 거쳤는지 의심됩니다.



5. 구청의 주민갈등 유발


360일의 사업기간에 60일의 추가 용역 진행 중인 이 때까지 주민설명회 외에 주민 의견 수렴절차는 없었습니다.  주민에 알리는 과정도 없었습니다. 해당 용역에는 주민간담회나 평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민설명회는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공사가 임박해서야 갑자기 주민설명회를 열어서는 반대의견을 가진 주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없습니다. 


주민 의견 수렴 없는 구청의 일방적인 비밀적 진행으로 유언비어를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필운대로에서 멀고 가까움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민-상인, 상인-상인, 주민-주민 갈등을 구청이 조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종로구청은 이 사업에 대한 주민대표를 위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대표 선정 근거에 대한 질문에 구청은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주민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종로구청이 오히려 주민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업에 대한 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사업 진행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6. 주민 안전 위협


지하 깊숙이 대형주차장을 건설 과정에서 가옥 안전 문제도 살펴야 합니다. 서촌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습니다. 필운대로에 인접한 주민들은 낡은 집의 안전에 영향이 있을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필운동 골목에 보도 포장사업이 진행될 때 길가에 접한 벽에 균열이 생긴 사례도 있습니다. 공사기간 겪으며 견뎌야 할 불편에 대한 대책도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하공간은 강력사건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의 공간인 경우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미 지역의 아동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서 노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안전시설이라곤 사고 예방 시설 보다는 CCTV와 같이 사후 처리 근거를 확보하는 시설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직동 주민센터 교차로 보행안전 역시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주차장 진출입 차량으로 인한 안전 문제까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7. 매장 문화재 훼손


기본적으로 서촌은 지하 굴착이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고고학계에서는 고려 남경 터에 해당하는 서촌의 지하 유적 발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하 2미터 이하에서 유물이 출토되며 그 아래에서는 고려시대 유물이 출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행정에서 유물 존재 가능성을 가볍게 여겼다가 대량의 문화재가 출토된 사례가 청계천에서 있었습니다.  하물며 서촌에서의 유물 출토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터널 굴착 공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진출입로는 지상부까지 이어지는 토피층을 굴착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계단, 환풍구 등 지상으로 이어지는 시설물 역시 수직으로 지하를 훼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재의 예산에는 문화재 발굴조사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문화재 발굴조사 비용만 500억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존 예산에 더하여 총 1000억 규모의 사업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종묘주차장 건설 이후 종묘의 연못과 우물이 모두 말라버렸습니다. 그래서 수돗물을 퍼올려서 물을 채워넣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다시 종로주차장을 흙으로 메우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암반의 수맥이 단절되어 하류 유입에 문제가 생기면 파생되는 문제도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종묘주차장으로 인한 피해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서촌의 주민들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불편을 적절히 감수하며 사는 법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8. 젠트리피케이션 유발


현재에도 일반적인 관광객은 물론, 주거지 게스트 하우스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심야 소음 문제 등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어느날 하나 둘 씩 이웃들을 볼 수 없게 되는 현상이 지속되며 공동체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차량을 이용한 관광객 방문을 유도하는 이 사업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9. 사업 계획의 부실성


400억이라는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임에도 사업의 당위성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습니다. 누릴 수 있는 효과에 비해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용역사는 주민설명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시기에 대해서는 구청 예산 편성을 요구했습니다. 사업비가 증가할 여지는 이미 확인됐습니다. 게다가 난공사로 인한 공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 등은 전혀 감안되어 있지 않아 위험이 더욱 큽니다.


사업규모에 비해서, 현실화되기에는 전반적으로 사업계획과 준비상태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10. 주차장 문제 해결 효과 미비


서촌에는 기존 공영주차장이 확보된 곳이 있습니다. 관련 분야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주민들의 검토에 따르면 기존 공영주차장을 효율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주차장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종로구청은 기존 주차장 부지를 활용하여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는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존의 노력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4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들여 지하주차장을 새로 짓겠다는 구청의 사업계획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종로구 주택지 주차장 부족분을 신규 공급으로 모두 해결하기 위해선 새로운 주차면을 1만면 더 확보해야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현재의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사업비를 기준으로 하면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결국 수요 중심의 주차장 정책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분명합니다.


종로구청은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아니라 근본적인 주차문제 대책을 모색하고 내놓아야합니다.



11. 주차장 대안


당장 시급한 주차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몇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선 공유주차가 있습니다. 이미 타 구에서는 구의회의 주례 개정을 통해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 배정받은 주민이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공유하고 그 비용을 지불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낮 시간대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타 구에서 시행중인 셈입니다.


종로구 전체 주차장 확보율은 중구에 이어 서울 2위(3만면 초과)입니다. 하지만 주택지 주차장 확보율은 서울 꼴찌(1만면 부족)입니다. 주택지 외의 주차장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방식을 통해서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의 주차면수 이상의 주차장을 추가 확보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이지 않고도 주차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상 4월 1일 열린 구의회 간담회 내용을 알려드렸습니다.


간담회에서도 이야기되었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견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청과 구청, 구의회에 많은 질의와 민원을 전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나오지 않은 더 중요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간단한 설문을 준비했습니다.

설문에 참여하여 의견을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설문]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서촌주민-종로구의회 간담회

2017년 4월 1일 오후 3시 종로구의회 건설복지회의실


4월 착공을 앞둔 필운대 지하주차장 계획과 관련하여 주민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착공 한 달을 앞두고 지난 24일 처음으로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의견으로 주차장 건설 계획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종로구는 경기상고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 재동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건설계획을 추진하였으나 번번이 주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번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은 종로구 지하주차장 계획의 3라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민반대에도 불구한 종로구청의 주차장 사랑이 이번에는 이루어질 수 있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착공 한 달을 채 앞두지 않고 종로구의회 구의원과 서촌 주민의 첫번째 간담회가 열립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평일이 아닌 주말로 일정을 정했습니다. 의견을 가진 분들은 누구나 발언하실 수 있는 자유로운 대화의 자리로 준비되고 있으며 현장에서 모인 내용은 구의회를 거쳐 구청에 공식적으로 전달 될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참가 신청(선택) https://kimhanwool.typeform.com/to/o0u50K

* 더 많은 참석을 위해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조정되었습니다
* 본 간담회는 종로구의회 안재홍 의원 경점순 의원 배효이 의원과 함께 준비되고 있습니다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 / CC 서울시


3월 15일, 서울 4대문 안이 “녹색교통진흥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서울시의 지정신청을 국토교통부가 전국 최초로 승인한 결과입니다. 사람과 환경을 중심으로 편의와 안전을 향상하는 조치로 축하하고 환영할 일입니다. 올 상반기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안)’을 수립해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 하니 구체적인 대책(안)의 내용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번 대책의 비전은 “승용차 없이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하는 안전하고 쾌적한 도심”입니다. 녹색교통 확대, 승용차 교통량 감축, 온실가스 감축, 교통사고 사망자수 감축 등을 핵심지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차 없이도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차 보다 사람이 쾌적하고 안전한 도심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직로의 관광버스 이중주차 행렬. 관광버스 불법주차 문제의 원인은 주차장 부족이 아닌 관광교통정책에서 찾아야 합니다 / CC 김한울


사직로를 포함한 주요 도로가 지정 범위에 해당합니다. 사직로에 합류하는 필운대로와 자하문로, 효자로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입니다. 문제는 종로구청이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설치 계획입니다.



주택가 주차장은 태부족, 주차장 신설로는 해결 불능


필운대로는 자동차로 가득합니다. 필운대로 뿐만 아니라 종로 전체가 주차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종로구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75.1%에 불과합니다. 승용차 주차장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주차장 면 수를 최소 30% 이상 늘려야 합니다. 1만대 분의 새로운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연합뉴스] '주택가 주차난' 종로·영등포·금천 심각…은평·성북 양호 - 2017.3.15.

종로구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75.1%로 서울에서 가장 낮았다. 등록된 자가용 승용차는 3만 7천195대지만, 확보한 주차장은 2만 7천947면에 불과했다. 승용차 10대가 주차장 7∼8면을 나눠 써야 하는 형편이다.



기존 주차난에 관광버스까지 밀려들어 혼잡한 필운대로 / CC 김한울



하지만 놀이터와 근린공원 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차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해결책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합니다. 주차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주차장 확충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서울시의 녹색교통진흥대책지역 지정은 이러한 문제해결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업무용 주차장을 공유하고 대중교통으로 편의 강화해야


종로와 중구의 전체 주차면수는 159.7%와 199.5%로 넉넉한 반면 주택가는 주차난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업무용 건물의 주차장을 주민과 공유하는 대책과 함께 주차장에서 주택가까지의 공공교통수단을 강화해서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차난 때문에 도보 10분 거리에 주차하고 걸어서 귀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과 시간 후에 텅 비기 마련인 업무용 주차장을 공유하고, 주차장에서 집까지는 마을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좋은 의견을 모으면, 서울 최악의 주택가 주차난의 불편은 줄이고 편리함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제 투성이 지하주차장 계획, 종로구청의 강행 의지


그럼에도 종로구청은 무리하게 266억원을 들여 필운대로에 273면의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계산으로 주차장 한 면에 1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투여되는 계획입니다. 굴착을 통해 터널식으로 공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인왕산 암반 속에 2층 높이의 주차장 건물이 들어서는 셈입니다. 공사중에 공사비 증가도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승용차 한 대를 주차하는 데에 1억원 이상을 내야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선뜻 1억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을까요. 아무리 주차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무분별하게 세금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필운대로에는 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공사를 틈타 지하주차장도 함께 만들겠다는 것이 종로구청의 셈법입니다. 이 참에 지하주차장을 통해 통인시장과 금천교시장 방문객의 주차 편의를 도모한다고도 합니다. 서울시의 역사문화거리 조성은 보행 편의를 크게 확대하는 사업인데 종로구청은 더 많은 차를 불러들이려는 생각에만 잠겨 있습니다.


*역사문화거리 조성으로 인해 관광혼잡이 더욱 극대화 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노변이 대부분 거주자우선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필운대로 전경 / CC 김한울


환경 면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필운대로는 청계천 상류의 물길을 모두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지하 2층 규모이지만 필운대로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깊이가 될 것이고 당연히 지하의 물길이 지하주차장으로 인해 크게 훼손되어 인왕산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터널 개통으로 인해 백사실 계곡의 생태계가 훼손은 이미 여러차례 서울환경운동연합에 의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얼마나 큰 문제가 있는지는 물론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전혀 확인된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종로구청의 유별한 주차장 사랑


종로구청이 주차장 문제로 주민들과 불화를 빚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가까운 경기상고의 경우에도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다가 청운동 주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결국 백지화 된 바 있습니다.


북촌에서는 재동초등학교 지하에 주차장을 건설하려다가 좌초됐습니다. 초등학교 주변에는 특히나 교통량과 운행속도를 엄격히 제한해서 학생 교통안전을 최우선 보장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거꾸로 운동장 아래에 주차장을 만들려 한 셈입니다. 역시나 재동초등학교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의 거센 반대에 백지화 되고 말았습니다.


[동아일보] 고갯길 깎고 학교지하에 주차장 추진… 고즈넉한 북촌 한옥마을에 웬 북새통? - 2013.5.21.

최근 종로구는 실내체육관 건립을 추진하는 118년 역사의 재동초등학교에 151면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함께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운동장을 파서 △지하 2, 3층에 6600m² 규모의 주차장 △지하 1, 2층에 900m²의 실내체육관 △지하 1층에 관광안내소, 전시시설, 공용화장실 등을 만들자는 것이다.


어쩌면 종로구청의 집요한 주차장 사랑이 이번에는 필운대로를 겨눈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녹색교통진흥대책 지역 지정과도 부딪치고 있습니다. 부디 서로 다른 방향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어 세금의 효과가 무용해지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종로구청은 사업 관철을 위해 주민 갈등 조장해선 안돼


종로구청은 특히나 서촌에서 주민간 갈등을 방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장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불리던 ‘서촌’이라는 명칭을 배척하고 전에 없던 ‘세종마을’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서촌’이냐 ‘세종마을’이냐는 이분법으로 주민들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세종마을'. 역사와 주민에 대한 부정. - 2014.4.27.

결국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사람들이 멀쩡히 '서촌'이라고 부르던 동네 이름을 굳이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눈가림 해가며 '세종마을'이라는 없던 이름을 만들고 주민들을 부추겨 마을 이름을 두고 주민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역시 구청의 사업 관철을 위해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게 될까 벌써부터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계획에 따른 공사 착공을 불과 한 달 앞두고서야 처음 열린 주민설명회는 그러한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차장 보다 세금의 효율적인 집행과 주민의 쾌적한 삶을 더 중요시 하는 종로구청이 되기를 바랍니다. 관광객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은 아랑곳 없이 관광상품 개발하기에만 몰두하는 지금까지의 모습도 반성하고 주민의 삶을 되돌아보는 구청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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