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에서 수십년 삶을 일궈 온 파리바게뜨‬ 효자점과 ‎인영사‬ 세탁소는 맘 편히 장사하라는 이웃집 건물주에 의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강제집행을 위해 새벽 5시부터 용역들이 대기했습니다.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맘상모‬ 회원들과 ‎노동당‬ 당원들은 밤새 가게를 지켰습니다.



몸으로 밀어내고, 사지를 들어내는 용역들에 맞서 끈질기게 싸웠지만 용역 안에 있는 사람들에 아랑곳없이 망치로 벽과 창을 부수고 들이닥쳤습니다. 벽을 내리치는 망치에 노동당원은 들것에 실려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버티고 버텼습니다. 이렇게 수십년 지켜온 삶터, 가족 모두의 생계가 걸려있는 생존의 보루에서 맨손 맨몸으로 쫓겨나갈 수는 없다는 각오로, 여기서 물러서면 끊임없이 쫓겨나고 밀려날 수 밖에 없음을 아는 이웃들의 연대로 함께 동트는 하늘을 맞았습니다.



집행관도 더 이상 어렵다 하고 용역들도 더 이상은 무리하고 하는데 강제집행을 맡겨놓고 부산에 내려갔다는 건물주는 계속 '강제집행! 강제집행! 강제집행!'을 외쳤다 합니다.



결국 5시간이 넘는 밀고 밀리는 싸움 끝에 건물주는 협상에 임했고 긴장감이 팽팽하던 현장은 순간 물과 먹을 것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건물주는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쫓아낸다도 했다 합니다. 하지만 건물주도 그 자녀들도 현장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당벌이 용역들과 연대의 끈으로 단단히 엮인 당원들이 서로 대치했습니다.


부만 가진 것이 아니라 뻔뻔함도 가졌습니다. 부만 가질 게 아니라 염치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되찾는 협상은 아니어도 타협을 이뤘고, 쫓겨나지 않기 위한 싸움은 삶의 종자를 지켜냈습니다.



그 동안 땀 흘리는 사람들이 늘 양보해왔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늘 잃고 빼앗겼습니다. 가진 이들은 늘 양보받았고 땀으로 일군 풍요를 독차지했습니다.


이제 더는 빼앗기지 맙시다. 더는 쫓겨나지 맙시다. 정당한 몫을 당당하게 찾읍시다. 삶을 되찾읍시다.


노동당이 함께합니다.


* [서울시당 논평] 서촌 '상가임차인 약탈', 다시 시작된 야만의 강제집행을 규탄한다



http://seoul.laborparty.kr/925

버스정류장 근처를 오가다 보면 리틀 브라운은 눈에 잘 띠어도 그 옆에 있는 가게는 눈에 잘 안들어온다. '끼니와 새참'이라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언제부터 석장 짜리 대자보가 붙어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달 2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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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근래에 서촌이 겪고 있는 변화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자리잡고 있던 가게이다. 이와 비슷한 가게들은 지금 동네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자하문로 양편으로는 바로 옆의 전산소모품 가게 처럼 인쇄용품이나 허름한 옷가게들도 꽤나 있는 편이지만 최근 들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자하문로는 왕복 6차선 도로다. 대로변인 만큼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일 수 밖에 없다.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맥락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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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모롤화점 주인님! 앞으론 법대로 외치시더니 뒤로는 몇십년을 세금포탈하셨더군요. 임대수입이 있으면 반드시 세금신고 하셨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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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권리금 한 푼 없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참담하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10여년전 2003년 8월 보증금 1300만원 권리시설비 합 4,000만원에 생계를 목적으로 장사를 하면서 임대료 한 번 밀려 본 적 없었습니다. 재계약시 마다 임대료를 올려주어 현재는 월 9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1년 5월 말 경 전 모롤화점 주인은 갑자기 2011.6.9 까지 가게를 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고, 계약기간이 남았으니 계속장사를 하겠다 하였습니다.

그 후로 모롤화점 주인은 제 가게만 임대료를 받으러 오지않고 양쪽 옆가게들만 몰래와서 받아가곤 했습니다. 지난 10여년동안 오로지 현금으로(월 90만원)만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계좌번호는 구경도 못하고 계약서상의 근거로 임대료를 받아 가실것과 계좌번호 보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휴대폰 문자로도 몇 번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 우체국을 통하여 우편환으로 2회에 걸쳐 임대료를 보내니 모롤화점 주인은 임대료를 보내지 말 것과 명도소송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온 것입니다. 모롤화점 주인은 고의로 피하면서까지 임대료 3개월 이상 밀리면 명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만행을 법이라는 잣대에 맞추어 계획적으로 쫓아내려고 온갖 횡포와 수단과 방법을 지금도 자행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3개월 임대료 밀린 원인으로 권리금도 한 푼 없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양자의 이해와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것이겠지만, 일단 대자보의 내용만 봤을 때에는 충분히 억울할 일이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참 고약한 경우다. 앞에서는 '전 모롤화점 주인'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모롤화점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의 주인이 아닌 예전 주인이 당사자가 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지금 모롤화점에 붙어있는 'SINCE 1948'는 주인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근거가 뭘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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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IMG_2545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왕복 6차선 도로 변에 있는 가게가 재계약 때마다 세를 올려주어서 현재 월 90만원이라면 결코 비싼 세는 아니다. 자하문로 이면에 있는 왕복 2차선 도로변에도 월세로 100만원을 부르는 것이 요즘의 동네 호가인 것을 감안하면 월 90만원은 상당히 싼 편이다. 그렇다고 월세 100을 부르는 자리라고 모두 점포가 입주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 새에 호가는 2배 이상 높아졌지만 실제 그만큼 장사가 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상인들은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나가고 가게는 비워진 채 건물주도 임대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근래의 동네 현황으로 보인다.


새로 가게를 들이는 데 성공한 경우, 건물주는 이득을 본다. 반대로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가게를 뺄 때 받아 낼 권리금 외에는 이익을 보기 힘들어진다. 결국 집주인만 돈을 번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상인들은 내 가게가 아닌 이상에야 열심히 일해서 임대료 올려주고 나면 권리금 밖에 손에 쥘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네에 새로 열리는 가게들 중에는 장사에는 관심 없고 권리금만 노리고 들어온 신선같은 가게들이 많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인심 좋은 재밌는 가게라고 트위터에, 블로그에 자발적으로 광고도 해준다. 작년 가을부터 눈에 도드라지기 시작한 흐름이다. 실제 삼청동과 같은 동네에서 장사는 못해도 권리금만 잘 챙기면 돈 벌어 나오는 경험을 통해 돈버는 법을 배워온 이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세가 뛰고 권리금이 붙다보면 결국 장사하는 사람은 더 이상 자리 잡을 수 없는 동네가 된다. 높은 세와 권리금이 정착된 자리에는 오로지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들어올 수 있다. 그 수익률을 떠받치려면 동네 거주자들로는 부족하다. 삼청동, 인사동 처럼 관광객들, 방문객들이 북적여야 한다. 다시 말해 사람사는 동네가 아니어야 한다. 삼청동이 고향이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고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요즘 서촌 사람들은 다들 옆동네 삼청동의 모습을 떠올리며 두려워 한다.


임대료는 올라가고, 못 보던 가게는 늘어난다. 권리금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제 사람 사는 동네는 더 이상 어렵다. 그런 흐름이 '끼니와 새참'에 붙은 대자보에서 읽힌다. 고민은 갈수록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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