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의 일반적인 윤리라는 게 끝도 없이 무너진 것이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큰 잘못도 잡아떼면 그만이고 들통나더라도 순간만 모면하면 별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사회 전반에 퍼지고 뿌리내렸고, 실제로 잡아떼면 그만이거나 들통나더라도 순간만 넘기고 나면 별 일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권 이전에도 이런 문제는 있었을 것입니다. 그 전에도 누군가는 잘못을 했고 또한 잡아떼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시인하거나 사과하거나 되돌리는 시늉이라도 있었는데 이젠 그 마저도 흔치 않다는 얘깁니다. 이명박의 당선 자체가 그러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9년 간 우리 삶의 곳곳에서는 이명박 윤리가 일상화 되어가는 과정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 투표소에서 박근혜의 악수거부를 하고 난 후에 가장 크게 피부로 느낀 것은 다름아닌 주변의 걱정이었습니다. 보복을 당하는 것에 대한 걱정 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러한 주변의 걱정에는 박정희 집안의 가풍이 적잖이 한 몫을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명박 윤리에 더해 박근혜는 앙심과 복수의 질서를 퍼뜨리고 있었던 셈이지요.


경험하고도 고발하지 않고, 목격하고도 증언하지 않으며, 아예 목격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사는 평범한 인간의 지위가 급기야 개 돼지가 되어버린 것은 도저히 해프닝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상처받은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들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같이 더 약한 자들을 가혹하게 대하는 사회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내버렸습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라는 한 사람이 조직적인 비위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끝도 없이 추락하는 이 사회의 윤리와 타락한 구조가 되돌아서는 반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성인군자 흉내내기로 남발되는 섣부른 통합과 화해는 피해자들을 다시 피해 당하게 하는 추가 가해입니다. 역사를 돌이킬 수 없이 뒤틀어버리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미래에 전가시키는 일입니다. '통합의 지도자'라는 빛나는 왕관을 섣불리 탐하는 이들에 의해 닥쳐오는 재앙입니다. 잠시 수감되었다 풀려나 천수를 누리고 있는 학살자가 바로 그 살아있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사적 복수나 앙갚음이 아니라, 이 사회의 존재 가치를 더욱 뜻있게 하고 건강하게 유지시켜나가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들을 생략하거나 눙치려 해서는 안됩니다. 나아가, 허물어진 것들을 다시 쌓아올리는 힘겨운 과정을 시작하는 각오를 모두 함께 다져나가야 합니다.


이명박근혜 9년이 무너뜨린 사회를 다시 세우는 일은 결코 9년 안에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동안 잘못된 역사를 충분히 경험했으니 이를 양분으로 삼아 다시 탄탄한 사회를 쌓아 올린다면 다시는 같은 역사적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탄핵을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전환점으로 삼읍시다.


탄핵 전 마지막 촛불집회(3.4.) 청와대 행진 궁정동 경찰 차벽 앞에서 / 사진 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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