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계획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종로구가 서울시로부터 동의를 얻어낸 시점입니다. 종로구 입장에서는 그 이전부터 추진을 했을테니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먼저 고민한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미 그 전에 공통된 인식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계획에 대한 종로구의회 주민 간담회 날을 맞아 그 흔적들을 다시 살펴보려 합니다.


살펴보기 앞서 올해 1월에 발행된 <종로사랑> 표지를 감상해보시면 좀 더 와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로구청이 발간하는 <종로사랑> 2017년 1월호 표지.

"종로구는 2017년에도 모든 구민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행복한 맞춤도시를 만들어갑니다.

청렴이 기본이 되는 지속 발전 가능한 종로를 위한 힘찬 발걸음에 주민 여러분이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 그럼 살펴보겠습니다.


2013년, 당시 저는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사무국장으로서 도시연대와 교남동 마중물복지후원회에 제안하여 '삼촌(三村) 우리마을 교통알기'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에 차량과 보행자의 혼잡이 가장 심한 필운대로가 서촌의 대표 가로로 조사 대상이 됐습니다. 서촌과 북촌, 행촌(동)의 보행환경을 직접 살펴 점검해보는 기회였습니다. 행촌동에서는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지점이 발견되어 도시연대와 교남동 마중물복지후원회의 협업으로 한평공원이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동네 교통알기 사업의 결과는 서울시 정책토론회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를 통해 서울시와도 공유되었습니다. 당시 도시연대 기관지에 게재된 글을 보면 당시의 고민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직접 경험한 상황을 통해 고민을 전달하는 글입니다.


[도시연대]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면 어떤 삶을 살까?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 / 특집
저는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 는 운동은 단순히 마을에서 보행권을 확보하자는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입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공간구성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정말 많은 영향을미칩니다. 또 우리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 바뀐 생각에 걸맞게 공간을 바꿔야합니다.


2013년 9월 28일 삼촌(三村) 우리동네 교통알기 트위터 <자동차로부터 마을을 지키자> 정책토론회 패널



이러한 생각에 대한 공감의 폭은 의외로 넓었습니다. 주차불편이 심하다는 것을 모르는 주민이 없을텐데 오히려 그 주민의 입장에서 자동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분들도 계셨으니까요. 소수의 급진적인 생각으로 치부하거나 얼핏 그렇게 느껴 공공연하게 말하는 데에는 주저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사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선진국'의 모습은 이러한 차이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촌이 북촌만큼 빨리 망가지지 않고 있는건 주차공간 때문이란 얘기를 듣고 참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이곳으로 이사오며 차를 팔았다. 세울 곳이 없어서_ 이 곳은 골목 골목을 걸어야 보이며 느끼는 것이 많은 동네다. 그런걸 즐길 줄 아는 이만 와도 되겠다

서촌 주민 청침님의 2013년 10월 2일자 트윗



요즘 흔히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앞선 고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주차문제가 불편한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를 늦추는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주목할 만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요즘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전 경의선 철로를 걷어내고 공원을 조성한 후에 방문객들이 갑작스럽게 몰리며 빠른 속도로 상업화되는 동시에 집값이 폭등하고 동네가 소란스러워져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결국 보행중심으로의 전환이 아닌 보행과 자동차를 모두 누리려는 비싼 욕심이라는 점이 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 역시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즉 주민 스스로가 내쫓기는 현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섣부른 사업 시행 이전에 명확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른 동네에서 겪었던 문제를 그대로 반복해서 겪게 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사업계획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이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크게 드러났습니다. 걷기 좋은 서촌, 아직은 자동차에 더 불친절해도 좋은 서촌에 대한 주민의 공감대를 아직 종로구청은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가슴 속에서 일어나오는 말로 종로구청의 시대착오적인 사업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혀주고 계십니다. 더 많은 분들이 더 많이 말하고 존재를 드러낼 때에 종로구청은 자신의 잘못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강선아님의 2017년 3월 25일자 페이스북 포스팅

전문보기




종로구청은 경기상고 지하주차장재동초등학교 지하주차장을 추진했다가 모두 주민 반대에 부딪쳐 계획을 접었습니다. 백사실계곡에 상상의 정자를 지으려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역시 좌절했습니다.


이번 주민설명회에서 예산을 내려준다는데 왜 반대하느냐는 짜증섞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같은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발 이번에는 종로구청이 제대로 깨닫기를 바랍니다. 예산만 내려주면 지지받을 수 있는 때가 더이상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진정 삶의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실천해야 지지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주민께서 오늘 오후 3시에 있을 구의회 간담회에 참가 신청을 하며 남겨주신 말씀을 전합니다. 4월 1일 오후 3시 종로구청 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 회의실 꼭 잊지말고 찾아주시고 한 말씀씩 해주시기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주민의 편의보다 관광지화를 우선하는 지하주차장 건설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충분히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인근 거주자의 불편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정말 지하주차장이 최선의 해결책인지 검토해주시길 바랍니다.






3월 23일 사직동주민센터에서 열린 '필운대로 역사문화의거리 조성 및 지하주차장 건설 주민설명회' 발표 자료입니다. 발표 자료는 서촌꼬뮤니따 혁이네 구자혁 님께서 종로구청에 청구하여 받은 것을 공유합니다. 구자혁 님께 감사드립니다.


필운대로 자료.pdf


구체적인 내용 이전에 사업의 맥락 면에서 간략히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차장 중심으로 주객이 전도된 사업

최초 사업은 서울시의 보도환경개선사업으로 전주지중화와 함께 계획되고 있던 것이 종로구청의 지하주차장 신설이 포함되며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전봇대를 지하에 매설하면서 자동차 중심의 필운대로를 걷기 좋게 바꾸자는 의도는 엉뚱하게 주객이 전도되며 내용 면에서나 예산 면에서나 서촌을 더욱 관광지처럼 꾸미기 위해 무리하게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계획처럼 되어버린 것입니다.




역사정체성 측면에서 필운대로 강점 있나

사업 추진 배경에서 밝히고 있는 역사적 가치 면을 고려할 때, 과연 필운대로가 역사적 특성을 가장 잘 지닌 곳인지 의문입니다. 서촌의 대표 역사문화가로를 꼽는다면 사업 대상지는 필운대로가 아니라 옥인길에서 시작되어 청계천으로 향해 흐르는 길이 더욱 타당합니다.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오는 길은 서촌의 주민은 물론 방문하는 분들도 가장 많이 걷는 길입니다. 걷기 좋은 옛 길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장소 중에 역사적 가치를 꼽는다면 누하동 오거리가 있습니다. 누하동 오거리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나의사랑 문화유산'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나의사랑 문화유산 캠페인 현장심사 대상지 발표' - 2013.9.30.


필운대로는 서촌의 길 중에 가장 최근에 생긴 길에 속합니다. 90년대에 구불구불한 골목과 집들을 철거하고 새로 개통한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길입니다. 이 측면에서 필운대로가 보행자 중심의 길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을 반드시 그 길 아래에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주차난 문제는 근본적 대안이 필요


주차문제는 종로구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주택지는 더욱 심각합니다. 그래서 주차장을 확충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차장을 어느 정도 추가로 확보할 수는 있어도 주차장 확충으로 주차난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도시 관찰하기] 서촌을 서촌대로, 필운대로 지하 주차장 사업 추진을 바라보며 - 2016.5.27.




있던 주차장 없애고 새로운 주차장을 비싸게 만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


발표자료를 보면 지하주차장 설치가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안인 것 처럼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주차 불편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업이 주차난 해소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이 사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모순입니다.



사업 배경에서는 친환경적인 대안을 적용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업 전과 후를 비교하면 주차장이 조금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늘어난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업 예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업비를 추가되는 주차면 수로 나누어 주차면당 투입예산을 계산해보면 주차장 한 면을 더 늘이기 위해 2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걷기 좋아진다는 좋은 변화를 위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비싸고 비효율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4월 1일 종로구의회 100분 간담회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로구의회와 처음으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4월 1일(토) 오후 3시 종로구청 내의 종로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실에서 열립니다.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의견 가진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서촌주민-종로구의회 간담회

2017년 4월 1일 오후 3시 종로구의회 건설복지회의실


4월 착공을 앞둔 필운대 지하주차장 계획과 관련하여 주민 반대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착공 한 달을 앞두고 지난 24일 처음으로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의견으로 주차장 건설 계획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종로구는 경기상고 지하주차장 건설 계획, 재동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건설계획을 추진하였으나 번번이 주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번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은 종로구 지하주차장 계획의 3라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민반대에도 불구한 종로구청의 주차장 사랑이 이번에는 이루어질 수 있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착공 한 달을 채 앞두지 않고 종로구의회 구의원과 서촌 주민의 첫번째 간담회가 열립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평일이 아닌 주말로 일정을 정했습니다. 의견을 가진 분들은 누구나 발언하실 수 있는 자유로운 대화의 자리로 준비되고 있으며 현장에서 모인 내용은 구의회를 거쳐 구청에 공식적으로 전달 될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참가 신청(선택) https://kimhanwool.typeform.com/to/o0u50K

* 더 많은 참석을 위해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로 조정되었습니다
* 본 간담회는 종로구의회 안재홍 의원 경점순 의원 배효이 의원과 함께 준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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